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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시대 주도(한국의 30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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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시대 주도(한국의 30대:17)

입력
1997.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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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의 신화’ 꿈꾸는 벤처기업 개척자/아이디어·기술로 컴퓨터·정보통신서 두각/한글과컴퓨터·나눔기술·팬택 등 선두주자정보통신업계의 발전과 정보화 흐름의 주역은 30대다. 한글과 컴퓨터 이찬진(31) 사장, 개인용 컴퓨터(PC)용 통신소프트웨어 업체인 새롬기술의 오상수(32) 사장, 국내 최초의 컴퓨터프로그래밍언어 「씨앗」을 개발한 나눔기술의 장영승(34) 사장, 종합정보통신 업체인 (주)팬택의 박병엽(35) 사장, 디지털위성방송 수신기 제조업체 (주)건인의 변대규(37) 사장…. 최근 대학가에 몰아치는 벤처기업 창업열풍의 발원지는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20대 후반기였던 90년대 초 안전한 진로를 과감히 포기하고 주저없이 불투명한 미래를 선택했다. PC세대의 2세대인 이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같은 「정상」을 꿈꾸고 있다. 부단히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이들 30대 벤처기업가야말로 첨단의 승부사로 불릴만 하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회원으로 등록한 210개 기업의 60% 가량이 30대 사장들이다. 이들 세대는 컴퓨터 대중화의 싹이 보이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에 대학에서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접한 첫 세대. 이때문에 90년대부터 본격화한 정보화의 물결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었다.

현재 이들이 이끄는 기업규모는 공룡과 같은 덩치의 대기업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미래산업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정보통신 컴퓨터 소프트웨어 신소재 생명공학 등 첨단분야가 주력인 점을 감안하면 30대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걸머지고 있다는 평가도 과장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경영환경변화와 경기불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는 반면 30대가 이끄는 벤처기업은 매년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이들에게 불황은 그야말로 남의 일이다.

93년 7월 오상수 사장이 창업한 새롬기술은 「팩스맨」 「보이스맨」 등 윈도환경에서 작동하는 PC용 통신소프트웨어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 분야를 석권했다. 그 결과 94년 4억5,000만원, 95년 20억원,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1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91년 3월 창업한 팬택도 첫해 매출은 고작 300만원이었으나 창업 6년째인 지난해에는 500억원을 달성하고 올해 목표액을 1,000억원으로 잡는 등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팬택은 무선호출기가 주력제품이지만 무선데이타 PCS(개인휴대통신) 등의 기술을 개발, 종합정보통신업체로 발돋움했다. 워드프로세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인 한글과 컴퓨터도 창업 첫해인 90년 매출 5,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450배 가까운 22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같은 고속성장은 첨단과학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30대다운 속도감과 국제감각, 부단한 혁신추구, 정보화에 대한 열의, 전문가수준의 업무지식, 창의적사고 등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현실에서 이들 30대 사장들에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유분방함. 「자유분방함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의 원천이다」 「벤처기업은 아이디어를 먹고 자란다」는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회사운영에도 그대로 배어있다. 가식의 권위나 위계질서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때만이 참신하고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사실을 아이디어로 창업한 30대 사장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글과컴퓨터 등 소위 「잘나가는」 30대 벤처기업가가 경영하는 회사를 들여다 보면 대기업과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우선 분위기가 놀랄만큼 젊다. 한글과 컴퓨터나 새롬기술의 임원진 평균연령은 30대, 직원 연령은 26, 27세에 지나지 않는다. 또 복장과 근무형태가 자유롭다. 결재도 거의 없다. 컴퓨터를 통해 직원들이 하고 있는 일의 상황과 진척도를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 굳이 결재를 위한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사장실 문턱도 높지 않다.

그렇다고 30대 사장들이 이끄는 벤처기업의 성장 여건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한글과 컴퓨터 이찬진 사장은 『기술개발만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다』며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확대, 불법복제에 대한 강력한 단속 등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속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0대의 활력과 경험은 대기업에서도 가장 큰 자산이다. 대기업들은 30대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사내벤처제도」를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LG그룹, 제일제당 등은 아이디어를 낸 사원에게 사내에 독립적인 사업부를 갖도록 하고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해주는데 주로 30대의 대리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래머나 컨설턴트 등 고급인력을 벤처기업 또는 대기업과 연결시켜주는 (주)프리랜서인재뱅크의 명진영(32) 사장은 『아직 창업하지 않았지만 고급기술을 보유한 30대 초반의 준창업가들은 많다』고 말했다.

(주)이즘 대표 하한수(33) 사장은 『비슷한 연배의 벤처기업 사장들이 처음부터 모험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남다른 비전이 모험으로 연결됐을 뿐이다』며 『그러나 한글과 컴퓨터가 워드프로세서 이후 새로운 시장분야 개척을 고심하고 있듯 첨단분야인 30대 벤처기업가들의 시장은 끊임없는 변혁이 필요하다. 변혁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이야말로 경제불황극복의 대안이랄 수 있는데 이 중심에 30대가 우뚝 서있다.<이진동 기자>

◎30대 벤처기업/한국의 넷스케이프 ‘새롬기술’/팩스맨 등 각종 통신SW 개발… 올 매출 120억원 예상

미국의 통신소프트웨어 시장에 「넷스케이프」가 있다면 한국에는 「새롬기술」이 있다.

국내 통신소프트웨어 시장의 당당한 주역으로 등장한 새롬기술(사장 오상수·32)은 30대 도전기업의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지금까지 200만개가 팔려나간 통신용 소프트웨어 「팩스맨」을 비롯해 PC자동응답기 「보이스맨」, 화상통신용 「텔레맨」, 기업용 팩스송수신 시스템 「팩스서버」, PC통신용 소프트웨어 「데이트맨프로」 등이 모두 이 회사의 「작품」이다. 팩스맨은 전용 팩시밀리없이도 PC를 통해 팩스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한 획기적인 소프트웨어로 지금도 월 8만개 정도가 팔려 나가고 있다.

새롬기술은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340평 규모의 사무실을 두고 연간 매출액만도 120억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94년 창업 당시만해도 15평짜리 오피스텔에 자본금 1억원이 고작이었다. 오사장 등 4명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전산과 출신 30대 벤처맨들의 혈기는 냉혹한 현실속에서 자칫 위태로워 보였던 것이 사실. 그러나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되는 네트워크사회에서는 통신용 소프트웨어시장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오사장의 확신은 결국 6개월만에 「팩스맨」을 탄생시켰다.

『처음 창업을 결심하고 선후배들을 찾아갔을 때 쏟아지던 비관적인 시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 첫 야심작인 팩스맨을 들고 업체를 찾아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려 했던 때도 있었읍니다』

오사장은 그러나 지금도 결코 옛날얘기만 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느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창업의 첫 삽을 뜰때나 지금이나 가시밭길의 연속입니다』.

새롬기술은 현재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비에 쏟아붓고 있으며 기술동향 파악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 미국의 실리콘벨리에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신기술 개발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이동훈 기자>

◎벤처기업 현황/전체기업중 1.3% 불과/단기순익 5배이상 높아

현재 국내 벤처기업수는 1,050개. 전체기업 8만개 중 1.3%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2005년까지 전체기업의 35.8%에 해당하는 4만3,000개까지 그 수를 늘릴 계획이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경제를 건져낼 수 있는 카드는 고효율·저비용의 벤처기업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02년까지 벤처창업자금 5,800억원을 지원하고 ▲대기업이 벤처기업주식의 3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또 ▲벤처전용공단을 조성하고 ▲이공계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벤처기업을 창업할 경우 휴직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육성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벤처기업의 매출액은 5조2,00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의 3.7% 수준이며 종업원 수도 2.3%인 4만7,000명으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 그러나 당기순익율은 15%로 일반기업체보다 평균 5배이상 높다. 또 지난해 일반업체의 도산율이 3.8%인데 반해 벤처기업협회에 등록된 120개 업체는 한 곳도 도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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