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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외교 전략도 정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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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외교 전략도 정책도 없다

입력
1997.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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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에 굴복 ‘수입품 무차별’선언은 저자세/불합리한 통상압력 합법화시켜준 꼴/WTO의무만 이행 제소는 가장 많이 당해정부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압력에 굴복, 수입품에 대한 차별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통상외교에 대한 전략도 없고 정책도 실패했다는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후 주요 개발도상국중 가장 빠르게 문호를 개방하고 국제규범을 충실히 이행해왔다는 점에서 국가이익을 누구보다도 챙겨야 할 통상외교팀이 후진국식 저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강하게 일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0일 『이달말 열리는 OECD 각료이사회에서 문제를 삼을 것으로 예상돼 공식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경우 손해만 보게 돼 실리를 챙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후속조치로 기업별 소비재 수입현황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수입품 차별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각종 제도의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제도에 대한 이해부족과 오해 등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적극적인 설득없이 번복한 것이자 그동안 수입억제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시인하는 결과가 됐다. 불합리한 통상압력을 합법화시켜준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경제난에 따른 자발적인 운동을 정부의 지시를 받은양 왜곡했다고 반발하고, 전문가들은 유사한 압력에 대한 대응논리를 없애는 동시에 통상마찰문제를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안에서도 실무자에게 보낸 지침에 「소비자가 가격 품질 등을 고려하여 내외산 구별없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국내외 언론에 통상문제와 관련해 오해나 과장보도가 있을 경우 이의 정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을 두고 지나친 「저자세」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OECD가입 당시 이같은 문제는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라며 『국제규범이나 관행을 따져 착실히 대응하면 되지 이번 일로 지침까지 만든 것은 앞으로 더 큰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중 양허사항 등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개방속도도 빠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 최근 유럽연합경제인연합(ERT)의 「개도국 투자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3∼96년간 28개 개도국중 인도 중국 등과 함께 개방속도가 가장 빠른 10개 국가에 포함됐다.

하지만 WTO만 예를 들더라도 다른 개도국이 국익을 위해 분쟁해결기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개도국이 선진국을 상대로 14건을 제소한 반면 우리는 한건도 없이 오히려 개도국중에는 브라질과 함께 가장 많이(5건) 제소당했다.

한 통상전문가는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으로서 올해부터 연간 30억원가량의 분담금을 내게 돼 있다』며 『좀 더 당당한 자세로 이에 상응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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