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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차판매전쟁/이종재 경제부(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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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차판매전쟁/이종재 경제부(기자의 눈)

입력
1997.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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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퐁은 미국의 세계적인 화학회사다. 이 회사의 연간 연구개발투자비가 국내 20위권 그룹의 연간 매출액수준인 3조원을 넘는다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만하다. 이 회사가 역시 세계적 화학회사인 영국의 ICI와 업무제휴를 했다.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서로 강점이 있는 부분에 특화시켜 경쟁력을 키운다는 내용이다. 이 제휴로 듀퐁의 나이론과 ICI의 폴리에스터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됐고 다른 기업들의 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전략적 제휴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요즘 기업들의 추세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휴라면 국경이 문제되지 않는다. 경영에 관한한 그만큼 초국경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경쟁실태를 지켜보노라면 그토록 요란하게 떠드는 국제화나 개방화는 전혀 딴세상의 말같다. 오로지 「너죽고 나살자」는 싸움 뿐이다.

현대와 대우의 자동차 실적경쟁이 대표적이다. 신차출시 등에 힘입어 4월중 판매량 1위를 노린 대우와 만년 1위자리를 지켜온 현대간 판매량 뻥튀기 경쟁이다. 『4월에 1등하면 한잔 사겠다』고 대우자동차 최고경영진이 공언했다고 해서 현대측이 『가당찮은 소리』라며 발끈하고 나서더니 월말께 양사간에는 무차별 판촉경쟁이 벌어졌다. 양사는 상대방의 판매량 집계를 「허수」라고 비방하며 진흙탕 싸움을 하고있다.

기업간 적당한 경쟁은 사실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경쟁은 순전히 소모적이다. 아무리 경쟁력이 있어도 경쟁그룹의 자재로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 아예 자재회사를 만들어 버린다.

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과투자와 오투자다. 요즘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기업들의 이같은 불필요한 경쟁때문에 시작된 것은 아닌지 정부나 기업이나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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