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등 상대 활발한 로비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낸 정근모 전 과기처장관이 미국에서 활발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외교적·경제적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개인경비를 들여가며 지난달 30일 워싱턴에 온 정 전장관은 자신의 총장선출에 부정적 입장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정부 및 의회, 원자력학계를 중심으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5일 2차 후보등록을 마감한 상태에서 이집트의 엘바라데이 IAEA사무차장보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정 전장관은 9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만 지지의사를 밝혀준다면 당선은 확실하다』고 장담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 한국출신의 사무총장이 선출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비공식 입장를 보여왔으나 최근들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게 정 전장관의 주장이다. 미 의회와 원자력 학계를 중심으로 원자력전문가인 정 전장관의 선출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행정부도 『IAEA 이사회의 내부조율이 시작되는 오는 19일이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정 전장관의 선거구호는 「IAEA도 이제는 외교관출신이 아닌 원자력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전장관은 『현재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핵폐기물의 감시문제만 해도 60∼70년대의 낡은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면서 『IAEA의 현대화 및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장관은 특히 『한국은 몇년내에 원자력 분야에서는 세계 5위권에 들어설 것』이라며 『따라서 한반도의 핵문제와도 관련해 볼때 핵문제에 관해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이익에도 부합된다』고 말했다.
내달 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IAEA의 정기이사회에서 34개 이사국의 투표로 결정될 이번 총장선거를 위해 개인 차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 전장관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점차 난처해지고 있는 것 같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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