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 회동 주목/“수사영향 없지만 외압 오해살까” 걱정권영해 안기부장이 지난달 28일 김현철씨와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을 서울 워커힐호텔 구내 사파이어빌라에서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확인돼 검찰수사와 관련,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권력의 핵심인 현직 안기부장이 형사피의자를 만난 사실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일단 이들의 회동이 수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있을 수 없는 일로 공직자로서 무책임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무엇보다도 안기부장의 이같은 행태가 자칫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외압시비의 홍역을 치른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안기부장 등 권력 핵심의 외압을 받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주변에선 이들의 회동이 검찰에 외압을 행사하려 했다기 보다는 현철씨를 압박해오는 검찰수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들의 비밀회동이 국회 한보특위의 김현철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은 직후로, 검찰수사에서 현철씨의 비리혐의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때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불과 사흘전 청문회에서 이권개입 및 금품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한 현철씨로선 자신의 진술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당황한 나머지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현철씨의 거액 자금출처에 대한 검찰수사가 대선자금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꼬리자르기」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 소환에 대비해 자금출처 등에 대해 미리 입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안기부장이 모임을 주선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안기부가 수집한 검찰수사 정보를 현철씨측에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대응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안기부장은 9일 『이 자리에서 김현철씨 수사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검찰내부에서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검찰 관계자는 『안기부의 수장이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를 비밀리에 만났다는 것은 무슨 말로도 변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응분의 책임을 지는게 마땅하다』는 견해를 보였다.<현상엽 기자>현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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