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이 직접 900억 전달 비상식적”/검찰 “누군가 수사내용 가공” 불만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대선자금 수백억 지원설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김현철씨 비리수사를 맡은 검찰과 당사자인 정치권이 격랑속에 휩싸이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통제력을 잃은 힘의 공백상태에서 특정세력이 정치적 의도를 담아 대선자금 수사내용을 가공해 흘리고 있다는 정보조작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내에서 정총회장의 대선자금 조사내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김기수 검찰총장, 최명선 차장, 1·2차 수사사령탑인 최병국 인천지검장(전 중수부장)과 심재륜 중수부장, 정총회장을 직접 조사한 수사검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당사자들은 한보의 대선자금 지원설에 펄쩍 뛴다.
김총장은 9일 공보관을 통해 『정총회장이 대선전인 92년 7, 8월 서석재 의원을 통해 9백억원을 줬다는 일부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보의 대선자금 지원설을 공식부인했다.
심재륜 중수부장도 『정총회장은 물론 한보관계자 누구도 1·2차 수사과정에서 대선자금에 관해 진술한 적도 진술을 받은 적도 없다』며 『내가 직접 (1·2차 수사담당자들에게) 확인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논란의 여지를 없애려는 듯 『진술조서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심중수부장에게서 이같은 직설적인 대답이 나온 것도 극히 이례적인 강한 톤의 부인인 셈이다.
검찰고위간부들은 『검찰에서도 알지 못하는 내용의 출처가 어디겠느냐』며 『수사기밀의 누설이 아니라 정보조작이 사태의 본질에 가까울 것』이라며 정치권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검찰이 특히 의심하고 있는 대목은 대선자금 전달당시의 정황. 정총회장이 9백억원을 전달하면서 직접 김영삼 후보에게 전달하지 않고 자신의 표현대로 「머슴」격인 김종국 재정본부장과 서석재 의원 등 두개의 중간다리를 거쳐 「배달」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검찰관계자는 『만약 당대표 선출직후인 92년 7월께 한보에서만도 9백억원이 전달됐다면 김후보가 선거운동당시 자금난으로 쩔쩔 맬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면 서의원이 거론된 이유도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에 대해서는 정총회장이 진술하지 않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공격했다.
물론 검찰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정총회장은 청문회에서 대선자금조사 여부와 관련해 『(2차수사 지칭한 듯) 이번에 연못에서 물을 길어내듯 샅샅이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보의 수백억자금 지원설이 1차수사당시의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정총회장의 진술과는 차이가 나지만 검찰이 대선자금의 내막에 대해 일부라도 알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불가」방침은 확고한 듯하다. 대선자금은 정치권이 결자해지해야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분위기다. 문제는 거듭된 채찍질에도 불구, 김현철씨 수사는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고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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