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문화의 새 동인… 숱한 장르로 표현/어제의 학살망령 오늘은 창작의 밑거름으로『「홀로코스트(유대인대학살)」의 생존자 얘기는 우리의 역사다. 이민족(나치독일)의 핍박을 받으면서 유대인은 민족과 국가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꼈다』(미칼 간스·게토투쟁기념관 대외부책임자). 『수용소에 끌려간 때는 18세되던 해였다. 거기서 춤을 가르치면서 삶의 불꽃을 다시 살랐고 결국 살아 남았다. 남은 삶은 희생자를 위해 바치겠다고 결심했다』(주디스 아론·가톤 키브츠 설립자 겸 예술감독). 세계적으로 유명한 키브츠현대무용단을 창단한 주디스 아론(70) 여사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다.
2차대전 종전 반세기가 지났지만 홀로코스트는 이스라엘민족에게는 결코 잊어서도, 잊을 수도 없는 교훈으로 각인돼 있음을 이스라엘 외무부가 지난 4월 세계각국 언론인을 대상으로 마련한 문화탐방에서 확인했다. 홀로코스트는 망령으로만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영화 등 온갖 장르에서 창작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아담, 부활하다」라는 소설로 명성을 얻은 요람 카니욱 박사는 『홀로코스트가 창작의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기는 최근이다. 그러한 흐름은 산 자의 죽은 자에 대한 죄의식을 반영한다. 희생자가 자기 대신 죽었다는 죄의식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창작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수용소사령관의 어릿광대가 되어 목숨을 부지한 아담 슈타인의 죄의식을 소재로 한 소설인데 연극으로 꾸며져 텔아비브 게셔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키브츠현대무용단의 대표적 레퍼토리 「에드 메무와」는 개인 또는 집단의 기억속에 박힌 홀로코스트에 뿌리를 둔다. 강렬함과 전율을 동시에 전달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은 현재의 삶과 현실에 투영된 과거의 비극을 몸으로 보여준다. 춤은 다시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메시지로 끝난다. 이러한 창작행위의 밑바닥에는 원한이 아닌 해원상생의 의식이 흐른다. 동시에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교훈도 깔려 있다.
세계 각국의 영화자료 2,500점을 소장하고 있는 예루살렘의 이스라엘영상자료원은 최근 홀로코스트 관련 자료수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루살렘의 「국립홀로코스트박물관」과 갈릴리의 「게토투쟁기념관」은 유대인의 비극을 통해 평화의 교훈을 보여주는 뜻깊은 장소다.
성서가 이스라엘정신과 문화의 뿌리라면 건국의 모태가 된 「시오니즘」과 홀로코스트의 교훈은 문화를 살찌우는 자양분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에서 흩어져 살다 귀향한 이민자들이 가져온 각국의 문화와 풍습이 보태져 문화의 다양성을 가꾸고 있다. 예루살렘은 4,000년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도. 도시 전체가 살아 숨쉬는 거대한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건축규제가 아주 까다롭다. 역사를 보존하자는 의도이다. 대다수 건축물은 엷은 베이지색의 「예루살렘돌」로 지어져 통일된 색이 이채롭다.<이스라엘=이기창 기자>이스라엘=이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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