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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권위세우기/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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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권위세우기/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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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국회한보특위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G남성클리닉 원장 박경식씨의 답변이었다.그의 돌출행동이 비판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들을 정면에서 면박하고 희화화함으로써 기존 권위에 대한 일반대중의 파괴심리를 충족시켰던 때문이었다. 당시 모 의원이 『증인은 정말로 자신이 국회의원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며 어떻게든 권위를 지켜보려 애쓰던 모습은 참으로 보기 딱했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존경할 만한 권위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뢰받는 권위는 건강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가 된다는 점에서 무차별적인 권위파괴풍조는 일면 우려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판국에 교사들의 대표기구라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정치인들을 교단에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스승의 날에.

도대체 아이들이 그들로부터 뭘 배우기를 기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때묻지 않은 아이들을 오염된 정치판으로부터 가급적 격리시켜 보호하는 것이 옳은 교육일 것이다. 아마도 교총은 거물 정치인들을 동원함으로써 새로 구성된 지도부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한편으론 교직의 권위를 안팎에서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뭇 권위가 붕괴해가는 상황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지켜지고 존경받아야 하는 것이 스승의 권위다. 그러나 진정한 권위란 기발한 아이디어나 요란한 홍보전략 따위로 얻어지는 것은 아닐 뿐더러 남의 위세를 빌어 세울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의식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촌지거부운동 등 자정노력은 새삼 소중해 보인다.

혹시 우리 아들의 학교에도 정치인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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