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고서… 약탈금괴 세탁 2차대전 전비 지원중립국 스위스의 도덕성이 흔들리고 있다.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남아있는 홀로코스트(학살)희생 유대인들의 재산 반환문제로 불거진 2차대전 당시 스위스의 역할 논쟁과 관련, 스위스가 단순 가담 차원을 넘어 이제 나치 독일에 적극 협력한 「전범」으로까지 낙인 찍히게 된 때문이다.
7일 스튜어트 아이젠슈타트 미 상무차관의 주도로 미 정부 11개 부처가 7개월간 공동작성,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는 나치와 결탁, 「마치 일상적인 거래행위」처럼 그들의 약탈 금괴를 세탁해주는 등 재정적 후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말을 바꾸면 스위스가 나치독일의 전비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면 2차대전은 일찍 끝났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지이다.
나치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이 지녔던 금니 반지 등 금붙이에 다른 금을 섞어 금괴로 만들었는데 외교행낭편으로 이를 스위스로 보내 전쟁수행에 필요한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외화를 획득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1939년 1월부터 45년 6월30일 사이 나치가 스위스를 통해 조달한 전비는 4억달러(현시가 39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아르헨티나 스웨덴 등 다른 중립국들도 침공을 피하는 한편, 나치와 거래를 계속해 이익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국 등 연합국이 전후 금괴반환 등에 대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도덕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올 가을 국제회의를 소집, 미국과 프랑스 영국이 관장하는 7,000만달러 상당의 나치 약탈 금괴 반환문제를 모색하도록 촉구했다.
이에 앞서 스위스 은행들이 유대희생자들의 장부를 갖고 있다고 「양심선언」했던 전직 청원경찰 크리스토퍼 메일리가 신변 위협을 이유로 지난주 미국으로 피신, 스위스의 도덕성은 큰 상처를 받았다. 그는 1월 이 장부들의 파기를 명령받았지만 이를 어긴 후 살해위협에 시달려왔다고 폭로했다. 스위스는 장부의 존재에 대해 함구해 왔다.<윤석민 기자>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