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아니어도 절에 가보세요/사찰 참모습 구경 적기/봉암사·운문사 등 세속과 담쌓은 곳도 이날만은 일주문 활짝14일은 불기 2541년 부처님 오신 날. 이 날 찾는 절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찰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속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찰도 이 날만은 일주문을 활짝 연다.
경북 문경 봉암사는 통일신라시대의 고찰로 부처님 오신 날에만 개방하는 청정도량. 최치원이 쓴 지증대사적조탑비와 부도로 유명하다. 지증대사비는 우리나라 금석문의 최고봉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처 수안보 온천에서 1박하고 아침 일찍 문경새재를 넘는 것이 좋다.
경북 청도 운문사는 한국 최대의 비구니강원으로 운문승가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일연은 여기서 삼국유사를 썼다. 운문사도 부처님 오신 날 일반에 개방된다. 운문사의 명물은 천연기념물 제18호 「처진 소나무」. 키가 6m가 넘는 이 소나무는 해마다 두 차례씩 물섞은 막걸리 스물 다섯말을 먹어 제끼는 수령 400년의 거목이다. 운문사 뒤에서 사리암골로 이어지는 계곡의 풍광은 절경이다. 5월 중순이면 청도 미나리가 가장 연하고 맛이 좋을 때다. 운문사 근처에는 상대온천과 용암온천이 있어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전북 완주 송광사는 경내의 운치가 남다르다. 대웅전을 비롯, 명부전, 칠성각, 십자루 등 당우가 다채롭다. 범종, 법고, 목어를 매단 십자루는 말 그대로 십자형 건물이어서 이색적이다. 대웅전 천정과 벽의 그림은 조선 후기 민화연구에 중요한 자료. 이 날만은 절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눈감아 준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송광사 근처에 가볼만한 곳으로 화심온천과 화심순두부 마을이 있다. 화심순두부 마을은 10년도 넘은 순두부집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물이 좋아 순두부 맛도 일품이다.
경남 양산 통도사는 불보사찰로 법보사찰 해인사, 승보사찰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의 명찰.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모셔놓았기 때문에 불상을 대웅전에 따로 모시지 않고 있다. 전각과 탑, 석등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광도 좋지만 영축산문에서 일주문까지 이르는 계곡풍광이 그만이다. 통도팔경 중 하나로 5월 중순이 가장 좋은 계곡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때다. 절의 규모에서도 알 수 있듯 연등행사도 다채롭다.
인천 강화도 서쪽 석모도 낙가산 기슭의 보문사는 강원 양양 낙산사, 충남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삼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으로 유명하다. 마애관음보살상 앞에서 치성을 드리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해서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하루 종일 밥을 지어 절을 찾는 이들에게 점심공양을 한다. 그날 하루 드는 쌀이 4가마에 달한다. 보문사 근처에는 민박집도 있어 숙박에 어려움이 없다. 보문사는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데 서울 신촌과 용산 시외버스터미널, 인천에 외포리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다.<김미경 기자>김미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