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모래밭에 앉으면 누구나 강태공강원도 홍천의 물을 한 줄기로 모아 청평댐으로 흘려보내는 홍천강은 경기도 양평과 만나는 산간마을 모곡을 지나며 그 수려한 풍광이 절정을 이룬다. 홍천강은 팔봉산 아래를 굽이돌아 모곡으로 흘러들어 양평군 산음리에서 내려오는 중방대천 물과 섞여 차고 맑아지고 다시 10리쯤 모곡 2리까지 여울 위를 지나며 고운 자갈과 은빛 모래에 한번 더 씻겨 싱싱한 산골 여울물이 된다. 희고 고운 모래가 10리나 이어진다는 홍천강 모곡 명사십리가 바로 여기다.
철따라 물고기도 다양하게 오른다. 이곳 물고기는 예로부터 내력이 깊어 마을 사람들의 홍천강 물고기 자랑을 듣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한창 때는 물을 길러 강에 나가면 물고기가 하도 많아 한 손으로 고기를 밀어내거나 바가지로 고기 잔등을 꾹 누르고 물을 떴지』 그래도 집에 와보면 물독에 물반 고기반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옛날 같지 않지만 마을 앞 여울에는 여전히 절기에 따라 물고기가 차례로 올라 이같은 입담을 뒷받침해 준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청명과 한식 즈음에는 매자가, 곡우 때는 누치가 떼지어 오른다. 또 양력 5월 접어들며 오르기 시작하는 끄리는 지금 절정을 이루며 하순인 소만까지 이어진다. 보리누름이라고 불리는 망중이 되면 쏘가리와 모래무지가 올라 여름내 모래밭을 누비며 산다.
이곳 사람들은 고기가 오르는 때를 가리라고 한다. 지금은 끄리가리인 셈이다. 한참 오르는 끄리는 견지낚시로 잡는다. 아직은 물이 차갑지만 발을 담그고 들어가 신선한 계곡 바람을 쐬는 맛은 상큼하기 이를데 없고 계절감을 만끽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마을 안 슈퍼에는 미끼가 없는 견지대를 한대에 2,000∼3,000원씩 판다. 요즘 같은 가리에는 한 두마리쯤은 잡을 수 있다. 가족이 함께 가기에는 모랫발이 곱고 미류나무 숲이 있는 모곡 2리가 더 알맞다. 넓은 모래사장에 줄지어 앉아 계곡을 타고 오르는 강바람만 쐬며 물가를 오가도 초여름 하루해를 보내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가는 길◁
모곡은 홍천군 서면, 팔봉산 줄기와 경기의 용문산과 유명산, 소리봉 등 큰 산줄기에 가려 있는 분지다. 그래서 어디서든 큰 고갯길을 한 둘 넘어야 들어간다. 길도 어디서나 한 줄기 외통수로 이어진다. 몇해전 진입로인 494번 길이 스키장 가는 길과 이어져 말끔하게 포장됐고 가장 힘들었던 널미재와 백양치재 등도 확장돼 성큼 가까와진 느낌이다. 또 양평에서 설악면으로 넘어가는 농다치고개가 열렸고 양수리에서는 북한강 물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청평댐까지 이어진다. 서울에서는 경춘국도와 북한강변길을 타면 청평댐―설악면―널미재―모곡으로 이어지고 양평에서 농다치고개를 넘어 설악면부터 같은 길로 가면 된다. 5월의 강변풍광과 고갯길의 싱그러운 푸르름이 놓치기 아까운 또하나의 절경이다.
○계절의 별미 끄리 소금구이
▷먹을거리◁
끄리 소금구이는 홍천강 모곡 마을의 별미다. 마을 사람들은 예전부터 끄리가리에는 한참 흔한 끄리에 소금을 훌훌 뿌려 숯불에 얹어 구워 먹었다. 지금은 방법이 약간 개선되어 끄리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몸에 칼집을 대충 낸 다음 굵은 소금을 알맞게 뿌리고 은박지에 싸서 버너나 숯불에 올려놓아 구워먹는다. 맛도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끄리를 미쳐 잡지 못했으면 매운탕집이나 전문으로 잡는 꾼들에게 몇마리 사면 된다. 1㎏에 큰 것 네다섯 마리가 오르는데 7,000∼8,000원 정도 받는다. 문제는 강변을 청결하게 보존하는 일이다. 오물이나 먹고 남은 것은 꼭 챙겨 강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이런 혜택을 두고두고 누릴 수 있다. 하루 저녁 묶어 가려면 모곡 2리의 모곡관광농원(0366―434―1219)이 알맞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