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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끝」 속단 말아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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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끝」 속단 말아야(사설)

입력
199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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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터널 끝이 보이는가. 지금 관계와 경제계 사이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경제현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정책수단을 선택하는데 선결요건이므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정부연구소는 경기가 3, 4월이 바닥이고 5월부터 회복, 연말에는 뚜렷이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현대경제사회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도 4월이 바닥이며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들은 불황이 바닥을 쳤고 이제 경기의 반등이 시작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원은 현재 바닥점 확인이 불투명하고 경기가 반등을 한다 해도 극히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조그만 경기회복 기미만 있다 해도 이것을 크게 부각시키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 정부경제정책주도 부서인 재정경제원이 관·민경제연구소들보다 오히려 보수적으로 관측하고 있는 것은 신중한 자세라 하겠다.

현재의 경제현상에 대해 올바른 경제처방을 내리자면 지금의 불황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도 또한 비관하는 것도 금물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정부부처의 각종 통계에 따르면 3월중 실업률이 3.4%, 72만4,000명으로 급증했고 1·4분기 경상수지적자는 79억달러로 연간 억제목표(140억달러)의 절반을 크게 상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억4,000만달러보다 71%가 늘어난 것으로 됐다. 또한 산업계의 재고증가율이 3월중에도 13.8%로 2월(13.6%)보다 다소 악화된 것으로 돼 있다. 총체적인 경기지표는 여전히 어둡다.

그러나 부분별로 보면 경기반전이나 경제안정의 기미가 드러나고 있다. 수출회복의 낌새와 소비자물가의 안정이다. 통산부에 따르면 수출이 올 처음으로 4월들어 증가세로 반전됐다.

1·4분기중 매월 마이너스증가를 보이다가 4월 7%의 증가를 보였고 수입은 1.5%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앞선 것도 올해들어 처음이다. 자동차·철강·섬유직물·석유화학·산업용전자제품 등의 수출이 호전된 것이다. 가격상승과 물량증대에 따른 것이다. 한편 소비자물가는 4월말 현재 2.2%로 89년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불황은 통상적으로 내수보다는 수출회복에 의해 반전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것이 또한 경제의 주름살을 덜 준다. 그런데 수출회복세가 극히 제한적이고 우발적이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출호조는 선진국 일부 공장들의 화재나 정비에 따른 운휴로 세계전체로 봐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현행 불황의 요인은 경기순환, 엔저현상,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체제 등 3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이 요인이 개선되거나 해소되지 않는다면 불황으로부터의 근원적 탈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체제의 극복이 그렇다. 경제체질개선 노력을 늦추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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