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연한 리더십 필요한 때”/대통령 권력집중은 비능률·무책임 초래/화합·선진화·통일 실현위해 경선출마/총리·대표발탁 현철씨와 상관없어□대담:조명구 정치부 차장
―여권의 대선자금 공개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치자금 전반의 문제로 봐야합니다. 여당의 대선자금에 국한 시키려는 시각은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과거의 관행과 문화속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대선자금 공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입니까.
『공개를 하려해도 자료가 준비돼 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철저한 개혁을 위해서는 과거가 어떠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야합의로 92년 대선 당시의 정황을 알아보기 위한 대책기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김현철씨 사법처리후 한보사태가 마무리 될 것으로 봅니까.
『이를 기점으로 앞으로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제도가 어떻게 개선되느냐하는 미래 문제로 초점이 옮겨질 것입니다. 큰 의미에서 국면전환이 이뤄질 것입니다』
―현철씨가 구속되면 김영삼 대통령의 하야요구가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요.
『국민대다수는 헌정중단이나 비정상적 헌정운영을 바라지 않습니다. 경제난이나 남북관계 등 중대현안은 헌법에 따라 다뤄져야 합니다』
―권력분산론을 주장하는 취지는 무엇입니까.
『모든 것을 대통령 한 사람이 처리하는 정치구조자체가 비능률과 무책임의 원천이 됐습니다. 대통령 외에 나머지 사람에게는 권한이 없다는 생각때문에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로인해 대선이 과열되고 모든 자원이 여기에 집중됐던 것입니다. 우리 헌법에는 권력분산을 위한 장치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정치가 이에 배치되는 관행과 정책을 펴온 것입니다』
―당내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소신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다양한 세력이 모인 여당을 한사람의 뜻에 따라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들 세력이 함께 당을 운영하는 새로운 방식이 개발돼야 합니다』
―경선에 나설 뜻을 굳힌 배경은 무엇입니까.
『대통령이 엄청난 책임을 지는 자리인데다 당내 기반이나 정치경험도 별로 없어 처음에는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향후 국가목표인 화합과 선진화, 남북통일 등 3가지 과제를 실현하는데 내가 가장 적임자라는 생각에서 결심했습니다. 당내 인사와 광범위한 접촉을 가진 결과, 대선후보중 아직 대세를 잡은 사람이 없다는 판단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출마를 권유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선에 참여할 생각입니까.
『물론입니다. 당내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청취하겠습니다』
―경선막판에 합종연횡이 이뤄진다면 이수성 고문과 연대하리라는 관측이 있는데요.
『합종연횡을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득이한 상황일 경우 국가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심사숙고해야 겠지요』
―민주계의 단일세력화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권창출과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한 분들인 만큼 당의 단합에 해로운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민주계가 경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봅니까.
『내가 말할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누가 대선에서 이기고 문민정부의 기본철학을 계승할 수 있을지가 기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고문이 대표재임시 현철씨와 가까운 관계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김대통령과는 6공때부터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것이 내가 총리, 대표로 발탁된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현철씨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여당의 대선주자로는 「유약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는데요.
『산업화, 민주화의 시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나 YS, DJ의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새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의 지도력이 요구됩니다. 부드러움으로 화합을 이루고 강한 것을 이기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을 모토로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군중집회 등 돈이 많이 드는 선거운동은 금지해야 합니다. 선거운동수단은 집회가 아닌 미디어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동안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여당이 제도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늦어도 7월에는 임시국회를 열어 개정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정리=유성식 기자>정리=유성식>
◎여론조사 지지도 추이/‘날치기’ 후 급락/당내선 줄곧 3위
이홍구 고문은 여론지지도 추이에서 대표재임과 그 이후에 진폭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고문은 그가 당대표 시절 처리한 노동법 파동이후 지지도의 마이너스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대표직이 그에게는 지지도에서 프리미엄이 되고, 또는 그 반대가 된 경우이다.
그는 신한국당 대표 재임시 지지도는 줄곧 부동의 당내 3위였다. 96년 9월22일 월간조선 조사결과 12.9%를 얻어 이회창, 박찬종 고문에 이어 3위였다. 지난해 10월∼12월의 여론조사에서도 11.8%(10월5일, 뉴스메이커), 9.9%(12월18일·한국일보) 등으로 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신한국당 단독으로 강행된 노동법 날치기처리는 그에 대한 지지도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올해 1월15일 뉴스플러스의 조사결과 이고문은 당내 3위는 지켰지만 지지도는 3.6%로 떨어졌다. 2월22일 문화일보 조사에서도 4.8%에 그쳤다.
지난 3월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 실시된 3월20일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5.9%였고 그 이후 지지도는 2.5%(4월2일 경향신문)로 떨어졌다가 3.9%(5월1일 국민일보, 4위)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비해 이고문측은 이고문이 신한국당 대선후보가 돼 야권의 DJ, JP와 대결할 경우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우세로(3월22일·동아일보)나타나고 있는데 기대를 걸고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지원세력과 지지인맥/각계인사 폭넓은 인연/미래사회연 등 발족
이홍구 고문은 서울대 정치학 교수에 이어 정·관계 요직을 두루 거치는 동안 각계인사와 폭넓은 인연을 맺어왔다. 이고문이 최근 발족한 「미래사회연구원」과 「시국을 생각하는 모임」은 그의 개인적 교류의 산물이다.
지난 달 창립된 미래사회연구원에는 현재 이사장을 맡은 김기환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사장과 실무책임을 맡은 전성철 특보를 비롯 각계 저명인사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승주 전 외무장관, 정근모 전 과기처장관, 김경원 사회과학원장, 김달중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이상우 서강대 교수, 서울대의 한만청 최명 김세원 조동성 교수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또 광고회사인 「웰컴」의 문애란 부사장, 최영희 대한간호협회장, 이윤미 여성경영인연합회장, 주희봉 국가대표농구감독, 이경숙 연대 음대교수 등이 회원이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각계 원로들과의 시국간담회를 가진 것을 계기로 만든 「시국을 생각하는 모임」의 사무총장은 국회의원과 정무1장관, 국회사무총장 등을 지낸 이종률씨가 맡고있다. 당내에선 이완구 의원 등 10여명의 현역의원들이 이고문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이밖에 여의도에 개설한 그의 대선캠프에는 신현국 특보와 최창렬 보좌관 등이 뛰고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개혁과정 제도화에 실패
▷문민정부 평가◁
문민정부는 민의에 의해 정부가 출범했다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금융실명제, 정치개혁입법, 군의 사조직혁파, 지자제실시 등 괄목할 만한 성과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실행과정이 제도화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집중된 권련구조에 의해 개혁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된 원인이라고 본다.
○권력분산·내각권한보장
▷정치철학◁
정치는 사회의 제반 이해관계를 수렴·조정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21세기의 급변하는 정치·사회환경과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는 국제환경을 고려할 때 이런 과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경직된 정치관행과 구조를 방치해 둘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권력분산과 총리와 내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보장, 그리고 당내 의사결정과정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시장 본래기능 회복해야
▷경제관◁
경제에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유연성의 원칙」이 채택 돼야 한다.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시장기능이 본래 모습대로 발휘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금융산업개편, 노동시장의 효율성 확보, 벤쳐기업의 육성, 규제완화, 경제부처간 견제와 균형의 논리확립 등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돼야 한다.
○힘의 균형 전제 재검토를
▷통일관◁
최근 국민들사이에 통일에 대한 공포나 무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통일비용」을 생각하기 전에 현재 지불하고 있는 엄청난 「분단비용」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일후 북한이 한민족 공동체의 시장구조에 편입된다면 우리경제가 안고있는 고임금, 고지가 등의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통일원장관시절 작성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간 힘의 균형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그동안의 남북관계변화에 따라 재검토 돼야 한다.
○여론 고려 미래지향 결정
▷전·노씨 사면◁
사면은 원칙적으로 국민의사를 대변하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따라서 국민의사를 충분히 고려해 미래지향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이홍구는 이런 사람
◇출생:1934년 5월9일 경기도 개성 출생(본적 서울·63세)
◇가족관계:부인 박한옥(50세)씨와 1남2녀
◇학력:서울 재동초등. 경기중·고. 서울대 법대 중퇴, 미 에모리대, 미 예일대 정치학박사
◇경력: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청와대 정치특보, 통일원장관, 주영대사, 통일부총리, 국무총리, 신한국당 대표
◇키·몸무게:179㎝, 77㎏
◇취미:테니스, 등산
◇기호:담배 안피움, 주량 맥주 2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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