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는 돈키호테”/훼손되어가는 생명 원질을 지키려 이기기 힘든 풍차와의 싸움을 한다『박완서는 돈키호테다. 불도저가 대지를 파헤치고 콜타르와 시멘트가 들꽃들의 숨구멍을 막아가는 후기산업사회에서 박완서는 훼손되어 가는 생명의 원질들을 지키기 위해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다』 문학평론가 강인숙(64) 건국대 교수가 동년배의 작가 박완서(66)씨의 문학을 20년 가까이 추적하고 분석한 평론집을 내놓았다.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도시와 모성」(둥지간).
한 평론가가 한 작가에 대해, 그것도 생존한 소설가에 대해 이처럼 오랜 기간 연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문단의 우뚝한 대가인 박완서씨에 대해서도 여러 평자의 글을 모은 평론집이야 나온 적이 있지만 한 사람이 계속 연구한 평론집은 없었다.
『나는 그 일을 해 보고 싶었다』고 강교수는 말한다. 70년대 들어 시작된 박씨의 창작활동을 줄곧 지켜본 그는 박씨의 작품에 나타난 일제 및 6·25 체험, 모성애, 부르조아 비판에서 일체감에 가까운 동질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서울대 국문과 동문이지만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다. 굴곡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여성으로서 선명한 동시대의식이 있었을 뿐이다.
강교수는 7편의 논문을 통해 박완서 문학의 씨줄과 날줄은 「도시와 모성」이라고 규정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여 가능한 한 재현하려는, 지금 여기의 원칙에 철저한 리얼리스트」인 박씨는 작가생활 4반세기 동안 거의 서울을 무대로 한 소설만 썼다.
그래서 그의 작품분석에서는 1930년대 이후 서울이라는 도시의 생태와 변모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엄마의 말뚝1」에서 1930·40년대 서울은 인간이 살 최상의 장소로 간주되는 작가의 고향인 「박적골」(황해도 개풍군 묵송리)과 대비되는, 「지옥적 영상의 대처」이다. 작가의 등단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에서는 50년대 6·25전쟁기의 서울이 나타난다. 「도시의 흉년」에서는 70년대 서울의 모습이 해부되며, 「닳은 방들」 「포말의 집」 「울음소리」에서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통한 70·80년대 서울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런 박씨의 글쓰기를 관통하는 것은 「나날이 유토피아와 멀어지는 도시적 삶에 대한 토악질이고 난도질이며 허물벗기기 작업」이었다.
이렇게 분석한 강교수는 『이 작가는 왜 반문명적 자세를 지니고 있는가. 그가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것은 곧 모성이다. 인간과 자연의 생산성에 대한 긍정, 사물의 훼손되지 않은 본 모습에 대한 추구, 구체적 생명의 실체에 대한 집착. 『84년작 「울음소리」이후 나타나는 생산성 회복의 조짐은 메말랐던 자궁에 생명의 씨가 뿌려지는 과정』이라고 강교수는 결론짓는다.
그러나 박씨의 이런 작업은 시류를 거스르는, 이루기 힘든 싸움이기에 돈키호테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강교수는 『박씨의 작품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노블(novel)에 값하는 것』이라며 『이번 책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에 나타난 「어머니로서의 아들에 대한 집착」문제를 계속 연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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