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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완치’개념에 도전한다(한방 명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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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완치’개념에 도전한다(한방 명의:1)

입력
199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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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섭­초기 성향정기산 투여 침·물리치료 병행/김영석­‘대변 쾌통’이 제1원칙 약물·침치료 함께/이원철­한방설사제 집중 사용·공세적 치료법 구사한국일보는 매주 수요일자에 신설된 의학·한방면에 「한방명의」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고 보편성 있는 한방관련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입니다. 한국일보는 이에 따라 전국 대학한방병원의 교수중 풍부한 임상경험과 뛰어난 연구실적을 지닌 명한의를 선정, 이들을 통해 한방치료의 최신경향을 소개합니다. 명의를 판단할 근거자료가 전무한 현실에서 이번 기획은 「한의학의 객관화작업」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주요 질환별 명의는 전국 9개 한의대 학장들의 추천과 대한한의학회 정우열 이사장 등 원로 중진들의 자문을 거쳐 정했습니다.<편집자 주>

중풍(뇌졸중)은 암 당뇨 등과 함께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꼽힌다. 일단 발병하면 위험한 고비를 넘겼더라도 언어장애 반신마비 치매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중풍은 치료해서 낫더라도 쉽게 재발하며, 그럴 경우 더욱 심해진다』고 적혀 있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30∼40대 젊은 층에서도 중풍이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의료장비를 동원한 현대의학도 아직 중풍의 완벽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죽음의 질병」으로 인식돼온 중풍 치료분야에서 「완치」의 개념에 도전하는 한방명의들이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배형섭(48) 교수는 93년 9월부터 순환기내과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중풍치료의 최고 권위자중 한사람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중풍환자를 돌보느라 눈코 뜰새 없는 그는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따른 전통적인 치료법을 선호한다. 『중풍환자의 체질을 조사해보면 태음인이 50%가량을 차지합니다. 태음인은 비만하고 심폐기능이 약한데다 간열이 많아 풍이 잘 생깁니다. 간열이 자꾸 머리를 치받기 때문이죠』

중풍치료에는 왕도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따라서 개인의 증상과 체질에 맞게 기혈을 순조롭게 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침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특징이라면 초기 급성기때 기를 원활히 하기 위해 성향정기산이라는 약을 무조건 2∼3일간 투여하는 정도이다. 이 약을 투여한 뒤 다음 단계의 치료로 넘어가야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뛰어나다.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풍을 완전히 치유하기란 현대의학적 관점에서는 불가능하다. 한방에서도 이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할 경우 70%가량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며, 10%정도는 정상인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호전된다고 본다.

배교수는 『경희대한방병원은 동·서의학간 협진체계가 비교적 잘 돼 있어 응급환자 내원시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신속한 진단과 외과적 수술을 통해 생명을 구한뒤 한방 재활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양·한방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뤄지면 중풍도 치료가 그리 어려운 병만은 아닐 것이다』고 강조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 김영석(49) 소장은 한방을 무기로 중풍퇴치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명의이다. 『중풍 환자는 대부분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동맥경화 등 선행질환이 있거나 습과 화가 많은 체질입니다. 이같은 소인이 과로와 스트레스, 맵고 짠 음식, 심한 기온차, 경구용 피임제 복용 등 외부의 환경적 유인과 결합하면 풍이 오는 수가 많습니다』

김소장의 치료원칙 1번은 「대변 쾌통」이다. 대변이 막힌 상태에서는 약을 써도 잘 듣지 않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 대변을 쾌통시킨 뒤 체질과 병증을 고려해 약물과 침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우선 발병 초기에는 침으로 응급치료를 한 뒤 우황청심원 등을 쓰고 그후 증상에 따라 소풍 순기 청열 거담 등의 요법을 쓴다. 습이 많은 사람은 습을 제거해주고, 열이 많은 사람은 열을 낮춰주는 것이다.

김소장은 『중풍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만 실은 20∼30년간의 생활습관속에서 원인이 축적돼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중풍을 예방하려면 비만과 스트레스, 운동부족, 과음, 과식 등 평소의 잘못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생각에서 그는 매주 화·수·목요일 일반인 대상의 「중풍교실」을 여는 등 계몽활동도 펴고 있다.

동국대분당병원 이원철(42) 원장의 치료법은 다소 독특하다. 공세적(?) 치료법을 구사하는 그는 급성기치료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급성기 환자에게 처음 놓는 침과 약을 잘 써야 풍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 쓰는 약과 침의 효능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결정된다고 본다.

급성기 환자는 대부분 변비가 심하고 소변을 보는데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 따라서 김원장은 당뇨 등 특별한 합병증이 없을 경우 대·소변을 많이 보게하는 약을 집중적으로 쓴다. 대표적인 약이 대황이라는 한방 설사제이다. 설사를 충분히 시킨 뒤 뇌압과 뇌부종을 가라앉히고 뇌혈류를 개선해서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똥통선생」으로 불린다.

2주쯤 지나 회복기에 접어들면 기혈을 보하는 황기 등의 약제를 집중 복용케 하는 것도 독특한 치료법이다.

『자기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혈압이 높아도 풍이 생기지 않습니다. 신부 승려 등 성직자 가운데 중풍환자가 드문 것도 자족하면서 감정조절을 잘 하기 때문입니다』 이원장은 중풍 예방의 지름길은 안분지족하는 삶에 있다고 강조한다.<고재학 기자>

◎중풍예방 수칙

1.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치료한다.

2.심장질환에 유의한다.

3.비만한 사람은 체중을 조절한다.

4.빈혈 탈수 염증성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5.금연·금주를 생활화한다.

6.염분, 당분은 최소한으로 섭취한다.

7.과식과 편식을 삼가하고,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인다.

8.경구 피임약과 여성호르몬제제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9.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한다.

10.냉온탕 목욕 등 갑작스런 기온변화에 주의한다.

□추천해준 한의대학장

▲경희대 송병기 ▲원광대 이기남 ▲동국대 강병수 ▲경산대 박순달 ▲대전대 유동렬 ▲동의대 안창범 ▲상지대 이준무 ▲우석대 주영승 ▲경원대 박종형<무순>

□약력

◇배형섭

▲74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92∼94년 한방내과학회 운영위원 ▲현재 경희대 한의대 교수·경희대한방병원 2내과 과장

◇김영석

▲77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90∼92년 한방내과학회 운영위원 ▲현재 경희대 한의대 교수·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 소장

◇이원철

▲79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89년 경희대 한의대 조교수 ▲93년 동국대 한의대 부교수 ▲현재 동국대분당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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