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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히데요시’/가타노 쓰기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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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히데요시’/가타노 쓰기오 저

입력
199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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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그린 ‘영웅 충무공’/당파 초월한 구국 영웅 VS 정치적 목적의 침략자/박사학위 없는 한국사 전문가/객관적 기술로 일 우익 항의도4월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 452주년이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이날만 되면 충무공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거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데올로기적 그림자가 깊이 배어 있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후 구국의 영웅 충무공은 슬그머니 잊혀져 갔다. 이번 탄신일도 조용히 지나갔다. 그런 마당이어서인지 우석출판사가 충무공 탄신일에 맞춰 펴낸 「이순신과 히데요시」(7,000원)는 새삼 주목을 끈다.

우선은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느낌이 묘하다. 더구나 충무공에 관해 상당한 넓이와 깊이를 담은 일반독자용 단행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움마저 들게 한다. 최근 1∼2년 사이 「다시 쓰는 임진왜란사」(학민사)와 「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다」(혜안)같은 책들이 나왔지만 충무공을 정작 이만큼 정리해낸 책은 찾기 쉽지 않다.

저자 가타노 쓰기오(편야차웅·62)씨는 박사학위 없는 한국사 전문가다. 일본 호세이(법정)대를 중퇴하고 평생을 한국의 역사와 민속에 관한 연구·집필로 보내고 있다. 그동안 일본어로 낸 책만도 고구려 백제 신라를 소재로 한 「3국의 흥망」, 몽고의 침략과 삼별초의 항쟁을 그린 「고려왕국의 비애」, 「세종대왕과 한글」, 「도쿠가와 요시무네(덕천길종)와 조선통신사」, 조선조말에서 광복까지 근현대사를 다룬 「이조멸망」 등 10권이 넘는다.

가타노씨는 한국독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한·일 두나라가 껄끄러운 관계를 가졌던 이 시기의 역사를 기술함에 있어서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진실을 올바로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진실을 전하려다 보니 일본 우익인사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점이 「본의 아니게」 우리 독자의 입맛에 맞을 수 있는 소지가 큰 까닭일 것이다.

그는 전화인터뷰에서 이순신과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를 비교해달라는 주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순신은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조정이 당파싸움으로 제 갈길을 가지 못하고 있을 때 아무런 동요없이 침략자를 물리치는 데만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일본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인물이 아주 드물다. 반면 도요토미는 자신의 세력유지를 위해 조선을 침략한 인물에 불과하다. 임진란은 일본이 조선의 일개 제독에게 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또 『일본에는 도요토미에 관한 서적은 많지만 이순신과 연관된 부분은 별로 없다』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순신에 관한 연구가 상당히 미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을 한글로 옮긴 전문번역가 윤봉석(37)씨도 『한일간에 어떤 역사문제가 있을 때 일본이 가타노씨 같은 사람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과연 내놓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 염려된다』고 말했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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