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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한보해법/박진열 사회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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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한보해법/박진열 사회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7.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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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특혜비리 사건이 터진 것이 지난 1월. 정·관계는 물론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넉달이었다. 한보사태로 야기돼 실타래처럼 엉킨 시국은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회 청문회는 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의혹만 확대재생산 하는 꼴이 됐다. 검찰의 한보특혜비리 수사도 무엇에 발목이 잡혔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국민들은 지쳐 버렸다. 언제까지 한보사태로 나라가 쑥대밭이 돼야 하는가고 한숨이다. 당장 국면의 대전환 없이는 하염없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권말기의 권력누수 현상까지 겹쳐 사회전반에 나사풀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존재하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불황을 극복하기위해 연초 정부가 강조해온 「국가경쟁력 10% 높이기」는 단어조차 생소해졌다. 노동법 파동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아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는 정부,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각기 따로 행사를 개최했다. 초미의 현안인 북한식량지원 문제도 정부와 종교·사회단체간에 갈등이 조정되지 않은채 내연되고 있다. 최근 불쑥 불거진 대선자금 공개문제도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공직사회는 복지부동을 넘어 요지부동이라는게 대다수 국민들의 하소연이다. 민원을 고의로 지연시켜 돈을 뜯어내는 공직자가 최근 구속됐다. 신성한 국토 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현역장교가 무기중개상과 동업하며 군사기밀을 빼내 구속됐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에 「아르바이트 군인」이 있었다니 아연할 일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상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을 정도다. 만연하는 부정부패 틈바구니에서 공직자를 노리는 공갈배까지 생겨났다는 소문이다. 소액을 「떡값」으로 건넨뒤 공무원의 발목을 잡아 몇십배의 돈을 뜯어내는 사례까지 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경선, 대통령선거를 앞둔 마당에 또 어느 벌통이 터져 온 나라를 들쑤셔놓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지금 지구촌은 어떤가. 각국이 21세기 준비로 떠들썩하다. 우리라고 여기서 멈춰설 수는 없다. 난국에서 한시바삐 탈출해야 한다. 과거지사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미래는 더 중요하다. 탈출의 길을 찾아야 한다.

길은 분명히 있다. 중국의 작가 루쉰(노신)은 그의 소설 「황톳길」에서 말했다. 길은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다니면 길이 된다고 했다.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그리로 나아가면 길이요 해결책이 된다.

그 실마리는 최고통치권자가 찾아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시바삐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 모두가 뜻을 같이하는 정도를 찾아 국민과 함께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정도외 다른 길은 없다.

지금 시점에 우회작전은 안될 말이다. 지름길을 두고 돌아갈 이유가 없다. 시간과 노력만 허비하기 때문이다. 회피작전은 더더욱 정도가 아니다. 회피한다고 의혹이 영원히 묻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피작전은 다음 정권에까지 부담을 주게 된다. 맞불작전이야 말로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 정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결국 나라가 파탄에 빠질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 오직 정면돌파밖에 없다. 김대통령은 어려울때마다 정면돌파로 난국을 극복하는 슬기를 발휘했지 않았는가. 김대통령은 아들 현철씨 문제로 발목잡힌 현 난국을 과단성으로 극복해야 한다. 잘못 알려진 부분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이해시키고 실정법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면 대통령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엄정하게 벌을 받게 해야 한다. 이 길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요 이 나라에 법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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