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물량선 제시 요구·직접 전달에 반대/“조건맞으면 다시 협의” 재협상엔 미련북한에 대한 긴급 식량지원 절차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사간의 실무접촉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단 결렬됐다.
한적측은 3일에 이어 5일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 지원물품의 원활한 전달을 위한 절차문제를 매듭짓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이 『지원물량, 품목, 시기 등의 기본원칙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차를 논의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성과없이 끝났다.
북측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 『가능한 한 많은 물량확보와 조속한 지원』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평양당국으로부터 받아왔으나 시기보다는 물량쪽을 선택하기 위해 타결 일보 직전에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의 입장중 주목할 만한 것은 남북 당사자가 직접 협의해 전달하자는 남측의 제의를 한사코 거부하고 국제적십자연맹이라는 중재자를 내세워 모든 것을 처리하자고 고집했다는 점이다.
북적의 백용호 단장은 이날 회담이 끝난뒤 『큰물 피해지원사업을 국제연맹이 주도적으로 잘 처리했다』면서 『앞으로도 연맹의 주도하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측이 제시한 ▲지원 물자의 직접 전달 ▲분배의 투명성 확인 ▲지원단체나 목적지 표시 등을 거부한 것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국제연맹에 의한 지원을 고집하는 북한측의 진정한 속셈은 한국측의 대북지원 창구단일화 방침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한적에 의한 점진적이고 통제된 지원방안 보다는 한국내 개인 또는 단체에 의한 무제한적 지원을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백단장은 『이번 회담이 결렬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강하게 부인하면서 『일정한 규모 품목 시기등 조건이 맞으면 다시 협의, 만나서 협상하기로 했다』고 말해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고 해서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즉, 4년9개월만에 대화교류의 단초가 마련됐으며 양측이 협상 계속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비록 북한이 남북당국간 직접 접촉을 거부하고 있지만 김일성 사후 엄격하게 적용해온 당국배제 전략에서 한걸음 물러난 태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아무튼 이번 베이징 접촉이 성과없이 끝남으로써 우리측의 대북 식량지원활동은 일시적으로나마 위축되고 경제단체의 지원도 주춤거릴 전망이다. 다음번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북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한 구호품의 신속한 지원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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