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북 국경을 넘어 베이징(북경)에까지 들려오는 북한의 현실은 한귀로 듣고 흘려보내기엔 너무나도 처참하다. 이제 북한에 대한 원조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일은 가치가 없는 일일뿐더러 지나치게 한가하다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기아문제는 인도적, 도덕적 책임을 넘어서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의무로 다가오고 있다.한국의 40대이상은 배고픔의 고통과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50∼60년대의 보릿고개, 씨나락을 쪄먹고 호랑이 보다도 무섭다는 장리쌀 서너말을 구해다 놓고 흐뭇해서 자식들을 쳐다보는 아버지의 환한 얼굴을 누구나 가끔씩은 구경하지 않았던가. 가난에 찌들고 빚에 몰려 야밤에 정든 고향을 떠나는 이웃은 또 얼마나 많았고 손자를 먹이기 위해 굶다가 아사한 할아버지, 할머니도 한둘이 아니지 않았던가. 그때 인정있는 부자들은 일부러 곳간 열쇠를 채우지 않고 놔둬 굶주린 이웃들에게 인정을 베풀기도 했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지금 북한의 현상황은 절박하다. 목숨을 건 탈북, 중국인에 딸을 파는 어머니, 도시의 역마다 부황으로 누렇게 뜬 얼굴을 하고 헤매는 군상들. 여기저기서 이를 잡는 모습 등. 중국 단둥(단동)에서 식량을 싣고 평양까지 철도수송을 하고 보면 절반이 각 역에서 약탈돼 없어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북한에는 무엇보다도 식량이 급하다. 그 다음은 농기구, 비료, 농약을 지원하고 나아가 체인이 끊어진 공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금 비료 1톤을 지원하면 10톤의 식량지원과 맞먹는다고 한다.
북한통계에 따르면 8,000만달러만 지원하면 북한 농업이 정상화하고 8∼10억달러만 투자하면 북한 동북부 산업시설의 가동이 가능하다. 8,000만달러는 우리국민 1인당 약 2달러에 해당한다. 물론 큰 액수이지만 통일비용으로 치부하고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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