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김영삼 대통령은 한보사태와 아들 현철씨 문제, 대선자금이란 세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하야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내정은 절대적 위기상황이다. 김대통령은 2일 정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으나 이같은 현안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어떤 의견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나 사안의 심각성을 함께 걱정하고 대책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위기관리상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대통령의 정책결정 과정 스타일은 대통령 성격과 성향의 반영이다. 김대통령이 공적 조직의 회의나 토론 보다는 은밀한 개별 접촉을 통한 의견수렴으로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다.
김대통령은 김용태 비서실장과 관계 수석비서관으로 부터 수시 보고를 받으며 이회창 신한국당대표, 고건 총리, 권영해 안기부장 등 당정 고위관계자들의 개별 주례보고나 단독 면담에서 사태수습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이후 변하지 않는 정책결정 과정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김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들의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형사처벌에 따른 현실적 대책을 숙의해야 하며 대선자금 공개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이대표, 고총리, 권부장, 김실장 등 이른바 「빅4」를 한자리에 불러모아 난국 대처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정국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이대표와 고총리 등 고위 당정인사들도 당정대책회의나 관계장관회의를 스스로 열어야 한다.
긴급한 외교·안보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통일부총리와 국방장관 등이 통일·안보조정회의를 여는 것 처럼 내정의 위기도 대통령과 당·정부의 공동관리와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대선자금이나 현철씨 문제 모두 김대통령의 개인적 골칫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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