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세계평화와 안전에 일차적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우리나라가 이달 한달동안 안보리 의장국이 되어 박수길 주 유엔대사가 그 막중한 임무를 수행중이다. 나라이름의 알파벳 순으로 의장직을 맡는 규정에 따라 사상 처음 안게 된 영예이다. ◆박대사는 인터뷰에서 『의장 자리가 순번에 따라 저절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끝에 얻어낸 국가적인 영광』이라고 말했다. 6·25때 유엔군 참전으로 백척간두의 운명에서 기사회생했고 유엔을 통한 구조, 복구로 오늘에 이른 쓰라린 경험들을 상기시킨 말이다. ◆그후 40년이 넘도록 유엔가입은 국가적 숙원이었다. 거부권을 가진 소련과 중국이 상임이사국으로 버티고 있는 안보리는 우리에게 공룡처럼 넘보기도 벅찬 존재였다. 그래서 안보리 의장국이란 지위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의 수직상승」이라 표현한 것이 참 실감난다. ◆이사국만 되어도 여러 나라 대사들이 우리 유엔대표부 현관에 줄을 선다. 자기네 현안문제에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리비아 대사가 찾아와 미국과의 중재역을 부탁했다고 한다. 지난해 잠수함 침투사태때 의장성명으로 북한의 도발을 경고한 것도 이사국 지위에 힘입은 바 컸다.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겉으로는 이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나라의 도덕성과 품격면에서 그만한 대접을 받을 자격은 있을까. 한보사태다 대선자금이다 하고 온 나라를 들었다 놓는듯 시끄러운 나날이다. 의젓한 정치를 세계에 자랑할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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