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18년간 경영해 온 거함 보수당이 만년 야당으로 주저앉을 것 같았던 노동당에 무릎을 꿇었다. 영국 국민들에게 『보수당의 국가운영에 큰 잘못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잘라 말할 것이다. 오히려 보수당 정부의 성적표는 A학점을 줄만하다.79년 대처 총리내각의 출범이후 메이저 총리에 이르기까지 보수당 정부는 사실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다. 인플레와 고용을 안정시키고 사회질서를 바로 잡아 국가기강을 세웠고 메이저 총리하에서는 지난 5년간 연속해서 독일·프랑스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영국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에 등을 돌리고 영국병의 주범이었던 노동당에 표를 던졌다. 왜 그런가.
영국의 한 신문은 그에 대한 해답을 명료하게 풀어냈다. 보수당이 4기 연속 집권에 성공한 92년이후 보수·노동 양당간에는 「대조적인 2개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노동당은 블레어 당수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100년이상 지켜온 정강정책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뼈를 깎는 변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새 노동당」으로 환골탈태하려는 개혁의 속도와 의지가 경이적이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보수당은 비리부패 등 장기집권의 적폐들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모든 것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안주에 빠져 자기 혁신을 잊었다. 육신과 영혼이 함께 썩어가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보수당의 자만과 나태, 노동당의 참회와 변신. 그렇지 않아도 보수당의 오랜 집권에 실증을 느껴온 영국국민들은 이를 냉엄하게 심판했다. 또한 영국국민들은 노동당의 놀라운 자기혁신을 지켜보면서 대영제국이 부활하는 기적을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국국민들은 「블레어 혁명」에 가담한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의 산실인 영국 총선은 정치와 민심의 본질을 꿰뚫어 보여주고 있다.<런던에서>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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