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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대통령을 뽑는다?

입력
1997.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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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와 닉슨 공개토론이후 TV는 대선을 좌우하는 실력자로 부상했다/우리도 12월 대선을 앞두고 공중파·케이블서 벌써 실질적 선거방송이 시작됐다/돈안드는 선거·사전검증 장점도 많지만… 문제는 공정성이다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 이홍구 박찬종 김윤환 이한동 고문 김덕룡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국민회의의 김대중 총재 김상현 지도위의장 정대철 부총재,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 그리고 「그 날」 12월18일.

출발을 알리는 총성은 이미 울렸고, 15대 대통령선거를 향한 대선주자들의 숨소리는 더욱 가빠지고 있다. 마침내, 숨죽이고 뒤쫓기만 하던 TV가 이들을 자기 품으로 불러들였다. 이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케이블TV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CTN(채널 29)이 지난달 29일 방영한 「한국의 정치가」(10부작)는 대선예비주자의 본격적인 TV출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예비주자의 성장과정을 조망한 「미니다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견해를 듣는 「주제토크」, 시민들의 질문에 후보가 즉석에서 답하는 「10문10답」 등의 코너가 30분동안 쉴새없이 펼쳐졌다.

이날 편안한 하늘색 셔츠차림으로 첫 출연한 이홍구 고문은 「부드러운 정치론」을 피력하며, 군복무미필, 폐결핵, 날치기파동 등 껄끄러운 지적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그리고는 『2∼3년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 싶다』며 대권도전의사를 분명히, 그의 표현대로라면 「단호히」했다.

이어 14대총선에서 전격적인 「출구조사」를 실시, 개표방송에 일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던 MBC가 1일 상오 생방송으로 「정치인과 시민대토론회」(10부작)를 방영했다. 전국방송망을 갖춘 공중파TV인데다, 생방송과 15명의 패널리스트 참가로 그 위력은 케이블TV를 사뿐히 넘어섰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이 「선거방송」은 아니다. 통합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운동기간은 후보자 등록신청이 시작되는 11월26일부터 23일간이고, 이 기간에 방영되는 뉴스보도, 경력광고, 후보자토론이 선거방송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지금 이들의 TV출연을 「선거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예비주자들의 TV를 통한 첫 검증작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일정이 빼곡할 TV토론의 첫 장이라는 점에서 지금 이들의 TV출연은 분명하고도 본격적인 「대권레이스의 시작」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TV인가. 60년 활기넘치는 미남형의 존 F. 케네디가 당시 승리를 다잡았다고 확신하던 리처드 닉슨을 단 한차례의 TV토론으로 물리친 일은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인구에 회자된다. 또 80년 TV토론에서 도전자 로널드 레이건은 고령을 문제삼는 현직대통령 지미 카터를 향해 『경쟁자의 어린 나이와 미숙한 경험을 선거이슈로 삼을 생각은 없다』고 되받아쳐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일도 빼놓을 수가 없다.

미국만이 아니다. 95년 8월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가 전국 18세 이상의 남녀 1,4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회 지자체선거관련 선거방송에 관한 시청자의견조사」에 따르면 후보를 결정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매체는 단연 TV(71.9%)였다.

CTN에 출연한 이홍구 고문도 특별보좌관을 통해 『돈 안드는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평소 공감해왔고 그 하나가 TV를 통한 토론회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이며, 상대방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다. 외모도 작위적인 것 없이 평상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다. 이번 TV출연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TV의 위력때문에 그 공정성 준수문제는 방송사는 물론 이를 감독하는 방송위원회 모두에게 큰 짐이 된다. 「정치인과 시민대토론회」를 총괄하고 있는 고진 MBC보도제작국장은 『교수, 시민단체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패널리스트 선정과 150명으로 제한한 방청객 선정에 큰 고심을 했다』며 『특히 생방송 당일 「뉴스데스크」시간에 방영되는 토론회 요약분(7분)은 「상반신 샷이 몇번 들어갔는지」 「전회 요약분과 형평성의 문제는 없는지」 「총 몇 컷이 들어갔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도 지난 2월 올해의 중점정책과제로 「대통령선거방송의 공적 책임 완수」를 선정했다. 선거방송의 객관성 정확성 공정성유지와, 정확한 여론조사 및 보도를 통한 방송의 신뢰성제고,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제공 여부 등을 세부 점검항목으로 정했다.

방송위 보도교양심의위원장 김정기(외대 신방과) 교수는 『CTN이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시민을 선정, 대선주자에게 10개 질문을 하도록 했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에서 방송사는 토론회나 대담프로의 장소와 시간만을 제공할 뿐 패널리스트나 질문자는 여성유권자연맹이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김관명 기자>

◎영화속의 대통령/정치음모·암살 등 어둠침침한 묘사서 코미디·로맨스 등 밝은 인물까지 다양

대통령의 모든 것에 대해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도. 영화가 이런 좋은 소재를 놓칠리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정치풍토속에서 「감히」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는 아직 시기상조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매력적 소재인 대통령을 다양하게 요리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한 「대통령 후보자(A Candidate·72년 제작)」는 하버드대 출신의 평범한 청년이 시의회의 허수아비 후보에서 대통령후보가 되는 과정을 다룬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정치판의 온갖 술수가 그려진다. 팀 로빈스가 감독· 주연한 「밥 로버츠(92년)」는 대통령이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전략은 이미지 조작임을 폭로한다. 방송을 이용한 여론조작의 절정은 상대후보진영에 의한 습격을 가장하는 장면.

역사 속의 대통령 링컨, 제퍼슨, 트루먼, 윌슨 등은 미국 TV영화를 통해 한번 이상 연구됐던 인물. 영화로는 역시 케네디와 닉슨이 자주 다뤄졌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91년 영화 「JFK」에서 케네디의 암살이 치밀하게 계획된 음모였음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의 또 다른 대통령영화 「닉슨(95년)」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닉슨의 인간적 면에 앵글이 맞춰져 있다.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은 영화 「이디 아민(81년)」,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의 전횡과 몰락은 「위험한 여정(88년)」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향한 음모 앨런 파큘라 감독의 「대통령의 음모(All The President’s Men·76년)에서 로버트 레드퍼드와 더스틴 호프먼은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다. 「달라스의 음모(Executive Action·71년)」도 케네디 암살에 관한 가상 시나리오를 근거로 했다. 「자칼의 음모(Day of The Jakal·73년)」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살인청부업자와 정부수사관의 대결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극이다.

인간 대통령 90년대 들어 대통령은 코미디와 로맨스 드라마의 주인공으로까지 등장한다. 「데이브(93년)」는 주인공이 급사한 대통령과 닮은 용모 때문에 몰래 백악관에 들어가 이전 대통령의 딱딱했던 이미지를 한꺼번에 바꿔버린다는 경쾌한 코미디.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대통령의 연인(American President·95년)」은 홀아비 대통령이 환경정책 로비스트인 아네트 베닝과 사랑에 빠져 정책상 큰 혼란을 일으키는 인간적 모습을 그린다.<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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