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금 싫다” 이 대표 승부수?/의혹해소 명분… 청와대·민주계에 큰 짐/“대야 공세위한 고도의 전략” 견해도14대 대선자금 공개문제를 둘러싼 여권내 혼선이 표면화하고 있다. 이회창 대표가 1일 대선자금에 대한 여당의 「진실고백」을 공개적으로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이날 「시민과의 대토론회」에서 『여야 모두 당시 상황을 고백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여권내부의 주된 흐름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다. 박관용 사무총장은 이날도 대선자금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권도 한때 대선자금에 대한 「포괄적 입장표명」을 검토한 적이 있었지만 『이는 더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현재는 거의 백지화한 상태다.
청와대측도 『이대표와의 사전 의견조율이 없었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물론 이대표는 야당도 함께 고백을 해야하며, 구체적 대선자금의 내역은 밝히기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하면서 조심스런 접근자세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대표의 발언은 여권핵심부와 대선 당시 자금운용에 관여했던 의원들, 특히 민주계 인사들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에따라 정치권의 시선은 이대표의 발언 배경과 의도, 여권핵심부와 야권의 향후 대응 향배에 쏠리고 있다. 이중에도 그동안 민주계를 포함한 당심을 얻기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계속해온 이대표가 왜 이처럼 다분히 돌발적인 발언을 했는지가 첫번째 관심사다.
이와관련, 이대표의 한 측근은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탈출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이는 현 국면의 돌파가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김대통령이 치명적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도 뒤따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명분론일 뿐 자신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권전체가 매도되면서 대선가도에 차질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표는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각에는 국면 타개를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야당의 「거부」를 전제로 대야 명분공세를 취한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이대표의 발언은 여권 핵심부와 민주계에 두고두고 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양측의 거리를 더욱 벌리는 요인이 될 개연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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