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지 않아도 되고 이자도 없는데…/나랏돈 거리감·홍보부족 탓인가 『여러분의 창업을 돕기 위한 벤처기금 2,000억원을 가져다 쓰세요. 갚지 않아도 되고 이자도 없는 종자돈입니다』정보통신부가 벤처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92년부터 「시드머니」를 대대적으로 뿌리고 있으나 나랏돈에 대한 거리감,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종자돈이란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정부의 기존 지원사업과 달리 개발성공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채무상환의무가 없는 출연사업지원금.
정통부는 위험부담이 높은 벤처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정보통신분야의 기반을 닦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종자돈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국책기술개발 ▲산학연공동기술개발 ▲우수신기술지정 및 지원 ▲신규사업자용 장비기술개발 ▲초고속개발 ▲인력개발 등 6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산학연공동기술개발사업만 50%이내 출연이고 나머지는 개발비전액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국책기술개발사업의 경우 올해 ▲유선통신기술개발비 388억원 ▲무선 및 방송기술개발비 409억원 ▲정보기술개발비 656억원 ▲부품개발비 371억원 등이 지원된다. 우수신기술은 시제품건당 1억원씩 50개업체가 총 50억원을 가져다 쓸 수 있다. 산학연과제에는 80억원, 신규사업자장비과제에는 70억원, 초고속 및 인력개발에는 각각 130억원, 96억원이 지원된다.
이 가운데 국책기술개발사업은 이미 과제선정이 마무리됐으나 신규사업자용 장비개발은 과제를 선정중이며 우수신기술 및 산학연과제는 7월께 공고 후 과제선정에 들어간다.
김인식 정통부 기술기획과장은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확보를 위해 앞으로 출연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케이스
삐삐생산업체인 팬택 박병엽 사장은 창업초기 10개의 신용카드로 수십만원씩 대출받아 해외출장을 갈 정도로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였다. 여느 신생기업과 마찬가지로 돈이 없어 쩔쩔매던 박사장이 이듬해인 94년 5,000만원의 거금을 들고 당시 체신부장관실을 찾았다.
『정부자금으로 벌어들인 돈입니다. 다른 지원사업에 요긴하게 사용해주십시요』 이 돈은 국고로 들어가 한국전파진흥협회의 기금으로 쓰여지고 있다.
삐삐연구과제로 정부의 「제조업경쟁력강화사업」 지원금 2억원을 무상지원받은 덕분에 팬택삐삐가 불티나게 팔려 돈을 많이 번 것을 고맙게 생각한 「보은의 방문」이었다. 2억원의 「종자돈」으로 팬택은 연간 매출액 900억원대의 중견기업이 됐다.
경기 화성군의 KMW사는 휴대폰기지국용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전세금까지 빼내 투자했던 김덕용 사장은 정통부에서 받은 1억원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무선통신용 부품분야의 아성이던 모토로라에 도전, 5년만에 연간 160억원대의 탄탄한 유망기업으로 키워냈다. 이처럼 정부출연금으로 기반을 다져 세계시장에서 어깨를 겨루는 유망업체가 100여개를 넘고 있다. 시드머니를 따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치밀한 사업계획과 뚜렷한 비전이 있는 사람이면 지금도 늦지 않다.<김광일 기자>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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