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영국’에 과감한 메스/최대관심 유럽통합엔 뜻밖 급제동 가능성1일 총선은 영국언론들이 「블레어 혁명」이라고 지적할 만큼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수당정권이 무너지고 노동당정부가 들어서게 된 이번 선거는 의례적인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영국의 의회민주주의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된 것이다.
보수당이 79년 이래 92년까지 4차례의 총선에서 연승을 거둬 18년간 집권해오면서 전통적인 보수·노동 양당체제는 종말의 위기에 빠져있던 것이 최근 영국의 정치상황이었다. 70년대 「영국병」의 주범이라는 부의 기록을 갖고 있는 노동당이 지난 수년간 자기 혁신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경우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의 자민당 일당독재 체제와 같은 비정상적인 정치가 영국에서 재연될 것을 우려해온 학자들은 『이번 선거로 18년간 한곳에 멈춰서있던 시계추가 다시 움직여 영국이 조화와 균형을 찾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보수당은 대처리즘에 의한 실용주의적 정책노선으로 경제분야에서의 안정유지 등 긍정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의원 등 공직자들의 뇌물수수 비리와 추문 등 장기집권의 병폐가 갈수록 심하게 노출돼왔다.
더 타임스가 이번 선거기간중 보수당에 대해 『육신과 영혼이 함께 썩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반면에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당수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고 참회와 체질개선의 노력을 부단히 해왔다. 95년 모든 생산수단의 국가소유를 규정한 당헌 4조를 과감히 철폐한 것 등이 변신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21세기를 앞두고 참신한 바람과 변화를 희구하는 영국민의 의사표시가 선거에서 나타난 것이다.
노동당 깃발아래 출범하는 영국호의 진로와 관련한 최대의 관심사는 유럽통합문제다. 이에대한 노동당의 기본 노선은 원래 「전향적인 협조」였으나 이번 선거기간중 유럽통합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 지배적인 국민정서라는 사실을 절감한 만큼 노선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99년 화폐통합 계획이나 마스트리히트조약 개정문제 등 최근 유럽연합(EU)내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통합가속화 노력에 예기치 않은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내정책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헌정분야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가 영연방아래서 독립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노동당의 기본 이념이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강과 공약을 통해 이 두 지방의 조세권을 가진 독립의회를 창설토록 하는 방안을 올 가을 이전에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비례대표제의 도입, 상원내 세습귀족들의 투표권 철폐 등 헌정의 여러 부문에서 엄청난 변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런던=송태권 특파원>런던=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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