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은 유난히 어린 시절을 생각케 한다. 굶주리고 있는 북한동포들 때문이다. 40대 이후의 중년들, 특히 산골 출신들의 어린시절 기억들은 암울하다. 그들에게 진달래꽃은 「꽃」이 아니라 「먹거리」였다. 필자의 고향에서는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꽃을 「참꽃」이라 했다. 잎이 먼저 나는 진달래는 끈적끈적한 점액 때문에 먹지 못해 「개꽃」으로 불렸다. 진달래꽃을 배가 부르도록 먹고 나면 입술이 시퍼렇게 물이 들었다. 얼음이 채 녹지 않은 개울가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던 버들개지도 음식이었다.어디 그뿐인가. 산골에 산 사람들은 「자연파괴자」였다. 소나무의 생장점이 있는 가지를 잘라 외피를 벗기고 속껍질을 먹었다. 가지 양쪽을 잡고 하모니카를 불듯 하면 달콤한 물이 입안을 채웠다. 입이 얼얼하고 주위에 동물의 갈비뼈 같이 하얀 몰골을 드러낸 가지들이 즐비해져서야 「파괴」가 중단됐다. 소나무들이 제대로 클리 없다. 이 때문에 산주인들은 봄이 되면 파괴자들의 침입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특히 어린이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며 닥치는 대로 소나무 가지를 잘라 요주의 대상이었다. 그들의 코에서는 시퍼런 콧물이 흘러내리고, 주렸는데도 배는 불룩했으며, 빡빡 깎은 머리에는 부스럼이 덕지덕지 나 있었다.
요즘 북한의 실상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북한동포 정책은 강건너 불보듯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들의 북한어린이 돕기 운동을 금지시킨 교육부의 조치다. 비교육적이자 반동포적인 처사다. 북한동포돕기 옥수수 10만톤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사무실에 이름을 밝히지 않는 교사나 학생들의 성금기탁과 문의전화가 잇따른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동포를 비극에서 구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우선돼야 한다. 지원해준 식량이 목적과는 달리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 국제기구와의 연대로 철저히 감시, 차단하는 방안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가진자의 아량은 아무리 베풀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동포를 돕는 일은 우리의 후세에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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