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6개 계열사 채권회수 3개월 유예(주)진로 진로종합유통 진로건설 진로종합식품 진로인더스트리 등 진로그룹 5개 계열사에 804억원의 긴급자금이 은행권으로부터 수혈된다. 또 진로쿠어스맥주를 포함한 정상화대상 6개 계열사에 대해선 앞으로 3개월동안 모든 금융채무가 유예된다.
28일부터 정식발효된 부도방지협약에 의한 채권금융기관들의 이같은 지원방침에 따라 도산위기를 맞았던 진로그룹은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진로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하오 은행연합회에서 「제1차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를 개최, 이같은 내용의 진로그룹 긴급지원방안에 합의했다. 채권단들은 채무유예 및 긴급자금지원을 1단계로 7월27일까지 적용하고 추가지원여부는 금융기관 대표자회의를 다시 열어 결정키로 했다. 채권단은 자금지원에 앞서 진로그룹의 성실한 자구계획이행을 담보키 위해 장진호 회장의 재산·주식처분위임장이나 주식·구상권포기각서 등을 받아 둘 방침이다.
업체별 긴급자금규모는 ▲(주)진로 251억원 ▲진로종합유통 323억원 ▲진로건설 137억원 ▲진로종합식품 43억원 ▲진로인더스트리 50억원 등 총 804억원이며 진로쿠어스맥주는 긴급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당초 진로그룹 요청액(2,675억원)보다 1,800억원이상 삭감된 액수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장진호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상화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6개 계열사중 1, 2개를 자구계획 차원에서 추가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회장은 그러나 『자구계획은 철저히 이행하겠지만 경영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의는 「추가자금지원은 은행이 전담한다」는 부도방지협약의 개정에 따라 종금사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이성철 기자>이성철>
◎보험·증권사는 ‘부도협약’ 불참
28일부터 발효된 은행과 종합금융사 등 진로그룹 채권금융기관의 「부실징후 기업처리 협약」에 보험과 증권사들은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따라 이들 금융기관들이 협약내용에 상관없이 채권을 행사할 경우 협약은 출발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진로그룹에 1,766억원의 돈을 빌려준 교보 대한 생명 등 6개 생보사들은 은행권이 당초 협약안을 개정, 보험회사가 협약에 참가할 경우 추가지원 자금을 부담하게 됨에 따라 협약에 참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진로그룹에 1,058억원의 회사채를 지급보증해준 증권업계도 협약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회사들이 협약에 가입한다고 해도 특별히 자금을 지원할 방법이 없다』고 전제한뒤 『회사별로 입장이 다르지만 경영사정이 어려운 증권회사의 경우 회사채 보증의 대가로 받은 견질어음을 교환에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부도협약’ 앞날 험난/발효불구 은행·종금 곳곳 마찰 소지/부실기업정리 일관적용도 미지수
28일 진로그룹 채권금융기관단 1차대표자회의에 앞서 전국은행연합회가 이날 상오 그동안 논란이 돼 온 부도방지협약 내용 일부를 수정, 최종 확정함으로써 협약은 일단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그러나 이 협약이 앞으로 진로그룹 정상화 및 향후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도방지협약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채권 회수 유예」와 「추가 자금지원」 가운데 「채권회수 유예」부분은 일단 「대국적인 견지」에서 금융권의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부실기업 정상화의 열쇠이자 부도방지협약 발효의 관건이 될 추가자금지원은 미봉책상태로 끌고 가게 됐다.
당초 협약은 은행과 종합금융사들이 여신합계비율에 의해 분담금을 확정키로 했다. 그러나 은행들과 달리 신용여신이 대부분인 종금사들로서는 채권회수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또다시 추가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현실론을 은행권이 받아들임으로써 종금은 채권회수유예 의무만 지키고 추가자금지원에서는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의 정상화방안을 의결하는 주체인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도 추가 자금지원부담을 지는 주체인 은행권만이 참여하게 됐다. 단 종금사는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계속지원여부를 결정하거나 기존대출금유예감면 등에 대해 논의할 때만 협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됐다. 어떻게든 종금사를 끌어안고 가려다 보니 기형적인 협약안이 탄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실징후기업선정-긴급자금지원-실사-최종 정상화가능기업 선정」으로 이어지는 부실기업 정상화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이 당장 진로그룹의 경우에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인 것이다. 종금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지원의무는 벗어났지만 종금사로서도 의사결정과정에서 채권자의 권리를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의사결정과정에서 갈등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짐작케했다. 추가지원부담을 온통 떠맡게 된 은행측으로서도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실제 이날 은행장회의에서도 담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일부 지방은행장들은 강력한 불만을 피력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정지태 상업은행장조차도 『워낙 단시간내에 구성돼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실토, 부도방지협약의 험난한 장래를 예고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정지태 상업은행장/“경영권 박탈 고려안해”
진로그룹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 정지태 행장은 28일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가 끝난뒤 진로그룹정상화에 대한 채권은행단의 입장을 밝혔다.
―장진호 회장의 경영권은 어떻게 되나.
『경영권을 박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각 계열사 주거래은행별로 기업주의 주식처분위임장이나 주식포기각서 구상권포기각서 등을 받겠지만 이는 채권담보용이다. 기업의 단기정상화에는 기존 경영주가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자구노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정상화대상기업에 대한 실사결과가 부정적이면 주식을 처분하게 되는가.
『채권금융단 대표자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다. 기업주가 자구계획 실천의지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진로 회생발판 일단 마련/부동산매각 정상화 좌우
진로그룹 채권 금융기관들이 28일 주식포기각서를 담보로 804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진로는 회생을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맞게 됐다. 3개월의 채권유예기간동안 진로는 가능한 많은 부동산을 팔아 부채를 갚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은 이날 그룹정상화를 위해 현재 24개 계열기업을 8개로 축소하기로 결정하고 이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서를 채권은행단측에 제출했다.
금융계 관계자에 따르면 진로그룹은 정상화 대상기업으로 지정된 (주)진로 진로쿠어스맥주 진로종합유통 등 6개 기업 외에 진로지리산샘물과 진로베스토아를 살리고 나머지 기업들은 매각하거나 이들 8개 기업에 통합할 계획이다. 이 자구계획은 채권은행단의 실사를 거쳐 최종확정된다.
진로가 자구노력으로 내놓은 1조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이 얼마나 빨리 팔리느냐도 진로의 경영정상화 속도를 결정하는 관건이다.
동산회사인 제스먼드코리아에 서초동 남부터미널 나대지(1,456억원)를 팔았고 남부터미널 주상복합건물건설부지(1,800억∼2,000억원)는 LG그룹에 넘기기로 가계약해 상반기중 3,000억원대의 자금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김준형·김범수 기자>김준형·김범수>
◎장진호 회장 일문일답/정상화대상 기업중 1∼2개사 추가정리
―정상화 대상기업 가운데 추가 정리대상이 있는가.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할 문제지만 한 두개는 더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여타 계열기업은 어떻게 할 방침인가.
『자생력 있는 회사는 살려내고 나머지는 매각하겠다』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할 의사가 있는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밝히겠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경영의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경영권박탈은 기업가 입장에서 가장 치욕스런 것 아닌가』
―6개 기업 외에 1, 2개를 추가로 정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해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매각 하더라도 영업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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