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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특위 박씨 자살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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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특위 박씨 자살 당혹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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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청문회와 직접적 연관 없는 것” 강조/여 “무례한 야” 비난,야 “의혹가중” 입씨름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은 국회 한보특위 의원들에게 충격이었다. 지난 17일 그를 상대로 한보에 대한 제일은행의 대출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거세게 추궁했던 사실이 영 마음에 걸린 탓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배경와 파급 효과를 가름하는 데에는 여야의 시각이 딴판이었다. 여당측은 야당 의원들의 「무례하고 모욕적인 증인신문태도」를 비난하며 개선책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야당측은 박씨의 개인적인 불행에 연민을 표시하면서도 『한보의혹을 더욱 가중시켜주는 것 아니냐』며 또다른 「외압」존재여부에 관심을 나타냈다.

특위차원의 공식반응은 현경대 위원장에게서 나왔다. 현위원장은 우선 『동기가 어떻든 박씨의 자살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조의를 표했다. 그는 그러나 특위에 쏟아질지 모를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박씨의 증언태도에 대해 모든 위원들이 호감을 가졌으며 이런 분위기가 박씨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그의 죽음이 청문회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현위원장의 「중립적인」 입장표명과 달리 같은 신한국당 소속의원들의 얘기에는 야당을 향한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고인이 자신의 지역구에 살았기때문에 그를 잘 안다는 박주천 의원은 『청문회전에 박씨의 청렴한 성품을 의원들에게 미리 설명했으나 별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야당측을 겨냥했다. 박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뒤 박씨를 위로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하니 그의 아내가 눈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울고 있었다』며 『가족이 당한 충격이 매우 큰 듯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사철 맹형규 의원 등은 『그동안 증인들에게 인격모독적인 신문이 자주 있었다』면서 야당측의 신문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인권보호에 너무 소홀했던 점은 반성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청문회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비해 야당측 의원들은 동정론을 개진하면서도 청문회가 그의 자살과 직접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극구 부인했다. 오히려 『그를 자살하게 만든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번 사건을 한보의혹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려했다.

박 전상무의 대학(서울 상대)후배인 김원길(국민회의)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뒤 박선배가 내게 찾아와 「미안하다」고 했다』며 『이는 자신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려는 것 아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민석(〃) 의원도 『청문회에서 당한 일때문에 자살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인구(자민련) 의원은 『한보사건의 진실규명과 관련된 것 같다』면서 『그의 유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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