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 진물·계단도 힘겹게 올라「금융계의 황제」 이원조(64)씨가 수감됐다. 그동안 2차례나 대검중수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도 「탈」이 없었던 이씨가 28일 옥살이를 하기 위해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씨는 이미 「버버리 코트의 황제」는 아니었다. 눈가에 진물이 흐르고 손가락을 오므리지 못할 정도로 병색이 완연했다.
1개월여 동안 세간의 눈을 피해 강북삼성병원에서 병원직원 이름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온 이씨는 이미 「중환자」였다. 82년부터 주치의를 맡고 있는 박정로(58·내과) 원장에 따르면 이씨는 심각한 당뇨병증세로 망막염증과 심한 부정맥, 동맥경화, 만성간염 등의 합병증을 앓고 있다. 또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순환기계통의 장애도 보였다. 더구나 이씨는 신체이상보다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어 신경안정제 수면제 항우울증치료제로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고 있었다.
간병인도 없이 이 병원 1155호에 입원했던 이씨에게는 문병객도 한 사람 없었다. 병실에서 책을 읽으며 지내던 이씨는 최근에는 박원장의 회진에도 반응하지 않는 대인기피증세까지 보였다. 이날 박원장은 「심신의 병이 깊어 수감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내용의 소견서를 이씨에게 써 주며 검찰에 제출하라고 건넸다.
이씨는 제일은행 행원으로 출발, 지점장 이사를 거쳐 86년에는 일약 은행감독원장까지 올랐다. 5공 출범이후 민정당(13대)과 민자당(14대) 전국구의원을 지내며 정치자금을 주무르며 금융계를 휘어잡아 금융계의 황제란 별명을 얻었다. 89년 5공비리사건, 93년 동화은행비자금사건을 「권력의 비호」로 교묘히 피했던 이씨도 결국 세번째 고비는 넘지 못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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