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5월이다. 어린이날이 다가올테고 어버이날이 다가올 것이다.34년전 나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않고 기억하는 것이 있다. 1학년 1학기 국어책 첫장을 열면 거기에 나오는 아버지의 그림과 그 그림 아래에 세 줄로 나누어 쓴,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우리에게 아버지는 그렇게 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제일 처음 배우는 것이 아버지일 만큼, 하늘 만큼 컸던 아버지가 이제는 아주 작아졌다. 왜 작아졌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컸던 아버지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산업화 사회로 이행된 다음 가정 안이거나 가정 가까운 일터에서 가정 밖의 일터로 나가게 된 것이다. 가족을 위하여 일터에서 흘리는 땀과 수고를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언제부턴가 가족들과 얼굴을 보기도 힘든 자리에 아버지가 있게 된 것이다.
삶의 모습 그 자체로 한 집안의 우뚝한 기둥이며 정신적 지주이던 모습에서 한 집안의 가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무능력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기도 하고, 가정에서 역시 무능력한 아버지로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아버지는 그렇게 직장에선 직장에서대로 소외되고, 가정에선 가정에서대로 소외되기 시작했다.
며칠전, 그런 우리 시대의 초상, 아버지를 찾아 신문로의 성곡미술관에 다녀왔다. 거기에 그림으로, 조각으로, 마치 박제시켜 전시한 듯한 우리들의 아버지가 있었다.
몸이 아파도 몸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버지,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버지, 쉬고 싶어도 쉬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버지, 회사에서 언짢은 일이 있어도, 또 가정에서 언짢은 일이 있어도 그것을 자기 가슴 안으로만 삭여야 하는 아버지….
슬픈 아버지의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며 그곳에 있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