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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Fandom>/팬덤 없이 스타덤 없다(우리문화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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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팬덤 없이 스타덤 없다(우리문화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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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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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만들기 뒤에는 팬들의 열광이 있다/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스타의 꼭두각시가 아니다/되레 스타를 소비하고 때론 스타로 도약하는 대중문화의 ‘숨은 손’/그 이름은 ‘팬덤’「팬덤(Fandom)을 읽으면 스타덤(Stardom)이 보인다(?)」

「팬덤」이라는 신조어가 대중문화의 강력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어렴풋이, 그리고 은밀하게 몇몇 사람들 입에만 오르내리는 이 「팬덤」. 그러나 이 신출내기 「팬덤」이 지금의 난해하기만 한 대중문화 제 현상을 손쉽게 읽게 해줄 수 있는 핵심어로 등장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치 그 옛날 「서동요」가 끊임없이 불려지다 결국 서동이 선화공주를 맞았듯이….

「팬덤」의 영어 접미사 「―dom」은 「집합적 관념 또는 한 사회의 습성이나 기질 따위를 대개 경멸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단은 이 「팬덤」을 「스타를 쫓는 팬들의 무리 또는 그 사람들의 폐쇄적이고 독특한 습성」으로 다소 거칠게나마 정의해 놓자.

『언니 잘 지내시지요? 드라마 너무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그런데 언니의 화장이 너무나 진했습니다. 전 언니가 언니의 성격을 보여 줄 수 있는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어요. 화장기 없는 얼굴과 청바지에 T셔츠 차림이 보고 싶습니다』(PC통신 천리안의 「김지수 팬클럽」방에서)

이처럼 「팬덤」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대상 스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특히 성적과 공부, 학교와 어른들로부터 포위된 10대들에게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열광과 환호는 억압된 욕망의 거의 유일한 탈출구이다.

「팬덤」은 또한 「대중문화 스타 탄생」의 구조적 배경이자 원천으로서 작용한다. 『연예인을 스타로 만드는 가장 큰 힘은 그들을 우상으로 떠받드는 팬들로부터 나온다』는 대중문화평론가 강준만(전북대 신방과) 교수의 지적처럼,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없이는 스타는 탄생할 수 없다.

「팬덤」은 이와 동시에 스스로가 「스타덤에 오르려는」속성도 가지고 있다. 케이블TV 음악전문채널 KMTV가 26일 개최한 「제3회 뮤직스타 선발대회」에는 무려 24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쟁쟁한 학력의 소유자들이 본선에 올랐다. 서울대 출신의 이모(22)양은 『팬의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의 「끼」를 적극적으로 발산하고 싶어 VJ를 희망하게 됐다』고 말한다.

뿐만이 아니다. 연기학원인 여의도 한국방송문화원(원장 전운) 유아반에는 아이들을 스타로 만들려는 「어머니 부대」로 늘 붐빈다. 연기입문 14개월된 아들을 둔 장모(37)씨는 『미혼때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었다. 아들이라도 대신 꿈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한다.

서강방송아카데미 이기태(42) 교수부장은 『「팬덤」은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신조어이지만 「스타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현 대중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팬덤」이 철저한 직업적 이데올로기 없이 스타 자리를 노릴 때 「스타의 일회성 상품화」라는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김관명 기자>

◎팬클럽/오빠부대만 있는건 아녜요/영화·음악 등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모임/맹목 열광대신 스타자료 수집·토론 활발

지난해 11월9일 「비틀스 앤솔로지」 발매를 맞아 한국 비틀스 팬클럽은 「비틀스 영상 음악회」를 마련했다. 비틀스 해체 후 태어난 10대 중반의 소녀부터 해적판을 사기 위해 신촌의 레코드점을 기웃거리던 40대 후반의 중년 남자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비틀스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날 행사에 참여했다.

스타는 저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 스타의 성격은 그를 따르는 팬들에 의해 결정된다.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가 있는가 하면 팬과 함께 늙어가는 생명력이 긴 스타도 있다.

팬클럽은 팬의 존재가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공간. 스타의 무게에 따라 다양한 팬클럽이 존재한다. 비틀스 팬클럽은 그들의 명성답게 관록을 자랑한다. 84년에 결성돼 전국적으로 1,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외국의 비틀스 팬클럽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이들이 확보하고 있는 비틀스 관련 자료도 엄청나다. 몇년전 영국 문화원에서 비틀스 관련 행사를 벌일 때 자료를 협조해줄 정도였다. 홍콩 스타 장국영의 팬클럽은 장국영의 오랜 경력에 걸맞게 역사도 오래됐고 연령에 따라 서로 다른 팬클럽이 있다. 아이돌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금성무의 팬클럽은 그들처럼 젊은 팬클럽. 미국의 팝 메탈 그룹 건즈 앤 로지스의 팬클럽과 일본의 록그룹 「X」의 팬클럽은 그룹의 성격과 비슷하게 요란한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팬클럽하면 아이돌 스타의 팬클럽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공연장에서 악을 써대고 스타의 집 담벼락을 낙서로 뒤덮는 10대 소녀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곱지않다. 『어른들은 팬클럽하면 오빠부대나 생각없는 애들이 모이는 곳으로 생각한다. 물론 스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팬클럽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회장 강민경씨는 스타의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음악적인 토론 등 바람직한 팬클럽 문화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팬이 존재해야 생명력이 긴 스타가 존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더 다양한 팬클럽이 있어야 한다』 록클럽의 한 회원은 말한다.<김미경 기자>

◎전문가 기고/김창남 성공회대학교 신방과 교수/10대·여성·중하류층 등/답답한 현실의 탈출구로 팬덤현상이 번진다

현대의 대중문화는 스타의 문화이다. 동시에 그것은 팬의 문화이기도 하다. 스타와 팬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양자는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공생한다. 스타의 욕구란 물론 일차로 경제적인 것이다. 인기를 얻고 돈을 버는 것.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스타시스템은 투기성 강한 영화산업의 불확실성을 감소하기 위한 흥행 전략으로 개발되었다. 스타는 그 자체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걸어 다니는 기업」일 뿐 아니라 대중의 소비 욕구를 부추김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의 잉여생산물 소비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경제적 요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광고들이 가능한 한 잘나가는 스타를 기용해 만들어지고 있지 않는가.

스타는 철저하게 「제조된다」. 예컨대 주류 대중음악계에 등장하는 가수들은 기획사의 철저한 흥행 전략에 따라 선발되고 훈련되며 관리된다. 그렇게 해서 일단 「뜨면」 출연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섭외들어오는 모든 광고에 나가 짧은 기간동안 가능한 한 최대한의 이윤을 얻은 뒤에 팬들이 식상해한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려진다. 그렇게 수많은 스타들이 반짝하고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스타는 쓰다가 싫증나면 버려지는 소모품과도 같다. 그렇다면 팬은 그 소모품을 사서 쓰다 버리고 새로운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인 셈이다.

팬을 필요로 하는 스타의 욕구가 주로 경제적인 것이라면 스타를 원하는 팬들의 욕구는 무엇일까. 글쎄, 그것을 한 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가지 단서가 있다면 많은 경우 팬덤이라는 현상은 사회의 주변적이고 힘없는 집단에게서 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성인보다는 청소년층에서, 상류층보다는 중하류층에서 팬덤은 좀 더 일반적이고 또 열광적이다. 그것은 이들 집단이 다른 방법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욕구를 그만큼 더 많이 가지고 산다는 뜻이 될 것이다.

예컨대 청소년들은 입시지옥의 견딜 수 없는 중압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폭발하는 육체적·성적 충동, 기성 세대에 대한 모멸감과 저항감을 수시로 경험하며 산다. 스타에 대한 동일시를 통한 간접적이고 가상적인 욕구 충족의 길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들에게 열려있는 많지 않은 통로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고 손쉬운 통로가 된다.

그 가상적인 욕구 해소에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스스로 스타의 꿈을 키운다. 그들에게 스타란 자본의 도구이며 단지 소모품일 뿐이라는 사실은 잘 눈에 띄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현실의 갑갑한 질곡에서 벗어나 저 무대 위의 화려하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으로 비상하고 싶은 욕망이 모든 것을 가려 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스타의 길은 현실에서 탈출해 확실한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백댄서에서 일약 스타가 되고 수제비를 먹던 신세에서 단숨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스타들의 신화는 그들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행운이 대부분의 스타지망생들에게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스타의 길은 좁고 그 길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바로 그 때문에 문화산업이 돈을 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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