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가 지난주 발표한 「자치단체간 분쟁에 대한 대책」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자체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 골자는 분쟁당사자가 신청해야만 지방자치단체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던 것을 직권조정제를 도입, 조정위에 회부할 수 있게 하고 심의만 해온 조정위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중앙은 내무부차관, 지방은 부시장·부지사가 맡던 위원장을 중립적인 민간인이 맡게 하는 등 조정위원 11명중 절반 가량을 민간인으로 위촉하고 임기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총리직속기구로 협의조정기구도 신설키로 했다.분쟁의 뿌리는 갈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간, 세대간, 계층간, 노사간, 남녀간 등 갖가지 갈등이 얽히고 설켜 분쟁이 그칠 날이 없다. 그러나 정부의 조정기능은 미약하며 정권말기인 요즘엔 권력누수와 행정공백까지 겹쳐 문제해결이 더 어려워졌다. 지자체 분쟁조정위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한 기구이다. 95년 7월 지자제 실시이후 지역별로 갈등이 표출, 장기화하면서 지역감정 대립양상으로 번져 왔으나 94년 10월 내무부에 설치된 중앙분쟁조정위의 조정건수는 겨우 2건뿐이다. 95년 시·도에 설치된 지방분쟁조정위는 실적이 전혀 없다.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 50여건의 크고 작은 분쟁이 미해결인 상태이다.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올해에는 잠복된 지역갈등이 새로 표출되고 기존의 분쟁이 더 심해질 개연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분쟁조정위의 개편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미 환경부의 환경분쟁조정위는 직권조정제도를 도입, 일정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지자체 분쟁조정위를 통해 대구위천공단문제와 같은 현안이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분쟁조정위는 공익과 나라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간, 자치단체간 분쟁에 대한 전문지식과 행정경험을 고루 갖춘 중립적 인사들을 조정위원으로 선정해야 한다. 행정편의만을 고려, 관변인사나 지역유지들로 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새로운 분쟁요인이 될 것이다.
조정위 운영에 있어서는 내무부 등 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조정위를 통해 의결된 사항이 왜곡이나 수정없이 집행되도록 충실히 행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각종 사무를 지자체에 위임해놓고 실제로는 일일이 간섭하는 행정관행도 불식돼야 할 것이다. 국회도 지난 연말부터 국회에 계류중인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서둘러 법적 근거마련에 협력해야 한다. 한보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이나 대통령선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갈등에는 역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의 잠재력이나 동력으로 작용하는 순기능도 있다. 이제 지자체간 갈등이 사회발전과 국가·민족 통합의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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