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 ‘난 아니야’… 짜증 이중주로 막내리는 청문회지난 7일부터 시작된 국회의 한보청문회는 25일 김현철씨의 증언을 고비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그동안 청문회는 「김현철의혹」의 규명을 위한 리허설인 셈이었고 다음달 1일까지 남은 청문회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청문회성과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냉정하다. 현철씨를 비롯한 증인들의 철벽방어, 의원들의 물증부족과 산만한 질의로 무수한 의혹을 규명 해내는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도 이같은 지적에 동의하고 있다. 특위위원들은 하나같이 『설과 의혹만으로 증인을 추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학원(신한국) 의원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부인하는 증인을 계속 몰아붙여봐야 우격다짐 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 김경재(국민회의) 의원은 『청문회에 수사권이 없고 야당의 증거채집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청문회는 원천적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현철씨와 박태중 (주)심우 대표 등이 청문회일정 확정후 한달이상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측면을 인정한다 해도 신문과정에서 의원들이 초점을 상실한 산만한 질의와 임기응변 능력의 부족으로 핵심의혹의 중요 단서들을 여러차례 흘려 보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지난 22일 현철씨의 최측근인 박태중 (주)심우 대표가 증언한 선관위 미신고 대선자금 20억원에 대한 의원들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의원들이 이를 단초로 14대 대선 당시 박씨가 일했던 「나라사랑 실천운동본부」의 조직과 인맥, 자금운용구조를 파고 들었더라면 최소한 이 기구의 「불법자금」규모가 윤곽을 드러냈을수도 있다.
의원들은 또 부산민방 사업자인 (주)한창 관계자와의 만남여부, 자신의 외국유학문제 등에 관해 말을 바꾼 현철씨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따라 한보 특혜대출의 배후, 현철씨의 잉여 대선자금관리와 국정 및 이권개입여부 등 의혹의 「몸통」은 검찰수사의 몫으로 넘겨졌다.
그나마 한보청문회의 성과를 꼽는다면 여당의 불법 대선자금과 현철씨의 인사개입, 그리고 「현철씨 인맥」의 일단을 밝혀 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대선자금의 경우 청문회를 계기로 정치권의 메가톤급 현안으로 재부상했다. 아울러 김덕룡(신한국), 김상현(국민회의), 김용환(자민련) 의원 등 여야실세에게 돈을 주었다는 정태수 한보총회장의 증언으로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의 전모가 서서히 밝혀진 것도 성과중 하나로 볼 수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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