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저 반입 보온병에도 도청장치페루 인질 구출작전은 거듭된 훈련과 철저한 사전 계획, 그리고 첨단장비를 동원해 얻은 정확한 정보 등 3박자가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페루 군·경 정예요원 140명으로 구성된 특공대는 방탄복을 입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현장 지휘아래 18분간 숨막히는 드라마를 전개하며 72명의 인질중 71명 구조, 14명의 인질범 전원 사살이라는 개가를 올렸다. 성공의 뒤안에는 테러에 공동대응해 온 미국 일본 등의 「숨은 손길」이 있었다.
강경진압 계획은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해 12월17일부터 짜여지기 시작했다. 페루경찰의 특공조 2개팀이 미국에 급파돼 1월까지 5주동안에 걸쳐 고도의 테러진압 훈련을 받았다. 국무부는 연간 1,800만달러를 들여 30여개의 훈련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훈련이 시작된 84년이래 90개국에서 1만8,000여명이 거쳐갔다.
미국은 비밀훈련 이외에도 도청 및 감지장비를 지원해 이번 진압작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상공을 감시하던 헬기에는 열감지 장비가 탑재돼 있었다. 점거사건 이후 관저내로 들어간 보온병이나 기타에도 도청마이크가 장치돼 있었으며 심지어 수도관에도 도청장치가 설치돼 인질범의 움직임을 샅샅이 살필 수 있었다. 이밖에도 첨단 전자장비를 이용, 관저내 설치된 부비트랩의 위치 등을 환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페루당국은 리마앞의 섬에 일본대사관저를 본뜬 목제 세트를 세워 특공대원의 실전훈련을 지원했다. 이들이 투입된 지하터널은 직업광원들이 1월부터 파들어 간 것이다. 경찰은 확성기로 군악을 틀어대 소음이 새지 않도록 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세르파 소총 후지모리에 증정/“투항 인질범까지 무참히 사살”/미 백악관 “사전에 작전 몰라”
○…22일 방탄복 차림으로 진압작전을 진두 지휘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23일 시체 및 부비트랩 수습 등이 채 이뤄지지 않은 일본대사관저 현장을 또 방문, 사후 처리과정을 직접 챙겼다. 그는 이날 인질구출 작전을 결행한 배경에 대해 『인질범들이 인질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의 방문을 주 1회로 제한하는 등 사태가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20일부터 작전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페루언론은 『인질극을 주도했던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의 2인자 네스토르 세르파는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했다』면서 『그의 자동소총이 후지모리 대통령에게 기념품으로 증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프랑스에 망명중인 세르파의 어머니 펠리시타 카르톨리니는 아들의 추도식에서 『세르파는 인질이 살해되는 것을 원치않아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루 군경특공대는 22일 진압과정에서 투항 의사를 보인 일부 인질범들도 무참히 사살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풀려난 인질의 말을 인용, 24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질은 『한 인질범이 손을 들어 항복하려 했으나 총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질은 『특공대가 한 인질범을 생포해 어디론가 데려 갔다』고 말해 추후 사살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백악관은 페루 정부의 무력진압 결행을 사전에 몰랐으며 CNN방송을 통해 「상황 종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마이크 매커리 대변인이 23일 밝혔다.<리마·워싱턴 외신="종합">리마·워싱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