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입말 가득한 옛날 옛적 얘기 언어력 발달에 최고”대구 감천초등학교 6학년 3반 담임교사 서정오(42)씨는 「옛날 얘기 선생님」으로 통한다.
도서출판 보리가 최근 펴낸 「떼굴떼굴 떡 먹기」(5,800원)에서 서씨는 동물을 소재로 한 옛날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간다. 『옛날 옛적에 개미가 잔칫집에 가노라고 아기작아기작 걸어갔지. 가다가 보니 길가 풀섶에서 난데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겠지. 왜 그런가 하고 들여다보니 메뚜기가 생일이 되어서 미역국을 끓인다고 불을 때고 있거든. 메뚜기란 놈이 불을 때다가 더워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나니까 이마를 척 쓰다듬어 넘겼지. 그런데, 그 바람에 그만 메뚜기 이마가 홀라당 벗겨졌지 뭐야. 개미란 놈이 그걸 보고 하도 우스워서 허리를 잡고 웃었는데, 너무 웃어서 그만 허리가 잘록해졌대(4쪽)』 이 책은 그가 「옛이야기 보따리」라는 주제로 계획한 10권중 7번째 책. 「두꺼비 신랑」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 「메주 도사」 「호랑이 잡는 기왓장」 「나귀 방귀」 「박박 바가지」에서 이미 구수한 옛얘기 솜씨를 펼쳐왔다. 민화식 삽화도 재미 있다.
그는 옛날 얘기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옛날 얘기는 창조자가 민중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이야기 창조에 관여했고 집단으로 전승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우선 안심하고 읽힐 수 있지요. 할머니가 직접 들려주는 듯한 살아 있는 입말(구어체) 표현도 언어능력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씨가 옛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77년 모교인 경북 안동 남후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 방학 때면 녹음기를 들고 산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다녔다. 『그때만 해도 학생들에게 옛날 얘기를 해주면 「나도 알아요」하며 좋아했는데 지금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학생이 많아요. 그만큼 맥이 끊긴 것이지요』
그는 지금도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딸 셋을 키우면서 동화책 읽어주는 일도 아내 김상숙(39)씨를 제치고 도맡아왔다.<이광일 기자>이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