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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배급 200g이하 ‘기아상태’/북 식량사정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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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배급 200g이하 ‘기아상태’/북 식량사정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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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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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곡물생산량 300만∼330만톤 추정/수요에 비해 최대 400만톤 부족/배급체계도 사실상 와해/‘6∼7월 위기설’ 예고북한 「큰물 피해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연말결산 분배로 벼 55만톤(쌀 44만톤 상당)을 나눠 주었다고 발표했다. 연말결산 분배란 10월말 양곡년도 마감 후 11월1일 농민에게 1년분 배급량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제도. 800만 명의 북한 농민에 각각 약 55㎏의 쌀이 지급된 셈이다. 하루 450g씩으로 쳐도 4개월치에 지나지 않는 분량이다. 이 발표대로라면 북한 농민들은 지난 2월부터 전면적인 기아상태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사정을 이렇게 간단히 단정할 수는 없다. 민간은 물론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아직은 버틸 여력이 있다』 『이미 갈 데까지 갔다』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1,000만명이 아사 직전상황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6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4월 위기설」에서 「6∼7월 위기설」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혼선은 우선 95∼96 양곡년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에 대한 추정치가 서로 다른데서 비롯했다. 통일원 관계자가 『북한 식량사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분석도 분석이지만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토로할 정도이다.

현재 북한측이 주장하는 95∼96 양곡년도 생산량은 쌀과 잡곡을 합쳐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겉곡 기준으로 250.4만톤. 껍질을 벗긴 알곡 기준으로는 200만톤 남짓하다. 그러나 알곡 기준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은 310만톤, 중국과 러시아는 약 400만톤, 세계식량계획(WFP)은 284만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350만톤, 우리 정부는 369만톤으로 추정하고 있어 200만톤까지 차이가 난다. 홍수, 태풍, 병충해 등 우발적 요인으로 인한 감소분과 추수 이전에 미리 수확해 소비한 조기 수확분 등에 대한 추정치가 다른데서 비롯한 차이다. 예를 들어 WFP는 조기수확분을 116만톤으로 잡은데 비해 우리 정부는 30만톤으로 잡고 있다.

또 관련 기관들의 「정치적 고려」에 따른 가감도 있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실정을 감안, 북한의 지난해 곡물생산량이 WFP 통계보다는 많고 우리 정부 추정치보다는 적은 300만∼330만톤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측 발표에 따르면 96∼97 양곡년도 전체 곡물 수요는 677만톤이다. 90년대 들어 시행된 배급감량분 22%를 빼도 570만톤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주식용과 공업용, 사료용, 종자용을 모두 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실정으로 보아 올해 200만∼400만톤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끼니를 잇는데 필요한 주식용 필요량도 전체 주민 2,200만명에게 1일 458g을 배급할 경우 385만톤에 이른다. WFP의 권고량인 1일 600∼800g을 크게 밑도는 최소 요구량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추수 직후에만 450∼500g이 지급됐을 뿐 식량배급 체계가 와해돼 현재는 배급량이 200g 아래로 떨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황동일 기자>

◎‘대북지원 창구역’ 적십자사/시민·종교단체 등 성금/간접적 형식통해 전달

시민사회·종교 단체가 모은 돈은 어떤 형태, 어떤 경로로 북한에 전달될까.

북한 동포에 옥수수 10만톤을 보내자는 운동을 펴고 있는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등 시민단체는 걷힌 돈으로 중국산 옥수수를 구입해 중국·북한 국경지역인 단둥(단동)이나 투먼(토문)에서 직접 북한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겉으로는 대한적십자사를 거쳐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 전달하고 북한은 IFRC로부터 지원받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들 시민단체는 우선 1만5,000톤(약 25억원 어치)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에서 구매계약을 해둔 1차분은 5월초 기독교 가톨릭 불교 등 종교계 대표와 시민단체대표 등 5명이 대한적십자사와 IFRC 입회하에 북측 대표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들이 구매계약서를 첨부해 대한적십자사에 대북 지원금을 기탁하면 대한적십자사는 통일원에 대북 무상지원 신청을 하게 된다. 정부 승인과 동시에 곧바로 지원이 가능하지만 옥수수 1만5,000톤은 열차 300량분이나 돼 북한에 반입하는데만 일주일은 걸리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앞으로 한달 후에나 이 옥수수를 받게 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김성연 기획부장은 『북한 식량사정을 감안, 서두르고는 있지만 정부승인 절차 등을 고려하면 5월초나 돼야 북한 반입이 시작될 것』이라며 『그후로는 돈이 모이는 대로 5,000∼1만톤 단위로 북한에 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등 재야단체도 일단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식량지원을 할 방침이나 대한적십자사가 시간을 끌거나 반입 품목을 제한할 경우 국제선명회 등 국제민간기구를 거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이진동 기자>

◎북한 식량지원/미·중 ‘적극’ 일 ‘신중’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변 강국은 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다만 미국과 일본이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위기로 보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어렵기는 하지만 기아 상태는 아니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모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바닥에는 나름대로의 대한반도 전략에 기초한 정치적 고려를 깔고 있다.

대북 식량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미국. 북한 식량난을 방치할 경우 대량난민 발생이나 체제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일관돼 온 「북한 연착륙 전략」에 차질이 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식량지원을 4자회담과 연계하고 있는 한국측 태도와는 달리 미국 대북정책의 기조는 『우선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4자회담 수용 등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우리 정부와의 관계를 우선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은 유보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당분간 지난해 2월 200만달러 어치의 곡물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한 것처럼 국제기구의 요청에 의거한 「인도적 지원」 형식의 대북지원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북 국교 정상화를 주요 외교과제로 삼고 있는 일본도 식량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고의 풍작으로 쌓인 314만톤의 재고미 처리도 문제가 돼 있다. 이는 세계식량기구(FAO) 권장재고량의 2배를 넘는 양으로 농민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북 지원론을 고조시키는 현실적 요인이 돼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대북 지원은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한다」는 한일 양국간 합의가 있는 데다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는」 일련의 일본인 납치 사건과 최근의 각성제 대량 반입 사건으로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이같은 내외 사정으로 보아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나라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2000년까지 매년 50만톤 지원을 약속해 둔 상태다. 중국이 『북한 식량위기가 서방국가에 의해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도 원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배타적」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유성식 기자>

◎‘영양실조’ 북 어린이들/어린시절 굶주림 평생 정신·육체 장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은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시절 기아상태가 지속되면 일생동안 회복이 불가능한 정신적·육체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이준수 교수는 『어린이 영양 결핍이 오래 가면 모든 내장 기능과 정신 상태에 영구적인 이상을 가져 온다』고 지적했다. 왜소증과 뇌기능 저하, 심부전 및 간부종, 비타민 결핍에 따른 시력장애와 괴혈병,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면역결핍 등이 만성화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사진으로 본 북한 어린이의 복부 팽만은 체내에 단백질이 모자라 수분이 혈관 밖으로 흘러 나와 생긴 것으로 이런 질환의 초기증세라고 덧붙였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승정자 교수는 『생후 2년 이내에 영양이 부족하면 평생 정신적·육체적 불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기를 잘 넘기더라도 1년 이상 권장량 이하의 영양을 섭취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속한 성장이 이뤄지는 사춘기때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왜소증과 골다공증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질환보다 더 무서운 후유증도 따를 수 있다. 『북한 어린이들이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면서 남한에 대해 한을 품게 된다면 장차 그들과 어떻게 통일 논의를 하며 통일이 되더라도 그 적대감을 어떻게 해소하겠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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