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페루,반테러리즘의 승리(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페루,반테러리즘의 승리(사설)

입력
1997.04.24 00:00
0 0

4개월간 끌어오던 페루의 국제인질극이 비록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지만 큰 인명피해 없이 종결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해 12월17일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게릴라들이 리마의 일본대사관저를 급습해 일어난 인질사건으로 후지모리정부는 국내외적으로 큰 명예손상을 입었었다.게릴라들이 수도 한복판의 외국대사관저를 점령함으로써 페루 치안상태를 의심하게 했을 뿐 아니라 후지모리정부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해 온 페루의 자유주의경제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페루에는 60년대 후반부터 소위 종속이론과 해방신학을 바탕으로 한 강한 반정부 게릴라운동이 벌어져 왔었다. 가난한 자는 영원히 가난한 자로 남을 수 밖에 없고 가난한 국가는 영원히 가난한 국가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부등가 교환」의 이론을 갖고 현체제를 무력으로 부수겠다는 「빛나는 길(샤이닝 패스)」, MRTA같은 무장게릴라단체들이 세력을 키워 왔다.

후지모리는 이런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시장개방과 정부규제완화정책을 과감히 도입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농민들이 차츰 안정을 찾고 도시질서도 잡히면서 게릴라들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던 중 지난해 12월 MRTA의 급습을 받았던 것이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상당한 인내를 갖고 127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게릴라들과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체포한 400여명의 게릴라들은 석방할 수 없다는 확고한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1명의 인질이 희생됐지만 무력진압전을 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71명의 인질을 성공적으로 구출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인질범들은 모두 사살됐다.

인질극은 사건과 무관한 선량한 사람을 붙잡아 거래목적에 쓴다는 것과 폭력을 행사하는 속성 때문에 역사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후지모리의 성공적인 진압작전과 끝까지 테러범들과 타협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에 칭찬을 받을 만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인질극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민주개혁정책으로 이들을 설득할 수 있었더라면 또다른 게릴라운동의 비극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