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관계 노출… 자금직거래설까지 조사/검찰,민방 등 이권개입 포착 “수맥 곧 터진다”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가속화하면서 의혹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검찰관계자들의 표현처럼 「시추공에서 김이 나는」 단계를 넘어 여러개의 「수원」에서 막 물줄기가 터져 나오기 직전인 듯한 분위기다.
우선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을 폭로한 박경식씨와 김씨 측근인 (주)심우 대표 박태중씨의 청문회를 거치면서 그간 김씨의 주변에서 맴돌던 설들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21일 청문회에서 박씨가 언급한 김씨와 한보 정보근 회장과의 친분관계가 대표적인 케이스. 박씨는 『95년 가을 현철씨가 광화문사무실에서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에게 전화해 「보근이와 술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현철씨가 지난 2월 검찰조사에서 『호텔 중식당에서 고교선배인 청와대 모비서관의 소개로 한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말은 거짓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 또 현철씨가 한보와 어떤 형식으로든 관련이 있음을 암시해 주는 대목이어서 검찰도 박씨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정회장에게 사실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또 정보근―박태중―김현철로 이어지는 한보와의 직접적인 자금거래설도 튀어나오고 있다. 정회장이 94년부터 협력업체인 K건설 명의로 박씨의 계좌에 억대의 자금을 유입했다는 의혹이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박씨는 한보와의 자금거래를 전면부인했다. 검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한보커넥션의 김씨 개입혐의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검찰의 수사는 오히려 한보 이외의 별건, 즉 현철씨와 측근들의 이권개입혐의에 더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94년 지역민방사업자선정과 관련해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 일부 비리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청문회에서 부산지역 민방 사업자로 선정된 (주)한창의 김모 부회장과 94년 9월 르네상스호텔에서 만난 사실을 시인했다. 한창이 사업자로 선정된지 불과 한달도 채 안된 시점이다. 물론 한창측이나 박씨는 『돈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하지만 박씨가 지방업체인 한창과 접촉한 사실만으로도 의혹이 부풀어진 상태다. 박씨는 광주민방 사업권을 얻기 위해 뛰었던 라인건설 대표와도 93년초 만난 사실을 시인했지만 『나라사랑실천본부에서 일할 때 도와준 사람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건설은 결국 민방사업권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다른 이권사업을 따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밖에 일부 기업체가 박씨에게 20억∼3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검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김씨의 측근인사로 지목되고 있는 성균관대 김원용 교수도 민방사업자 선정 등과 관련해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사실의 처리여부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청탁 등과 관련해 금품수수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마땅히 처벌할 법규가 없다는 법률적 장벽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내부에서는 「처벌은 힘들더라도 공개는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김씨를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김씨가 받고 있는 의혹의 폭을 어떤 범위에서 어떤 해법으로 처리할지는 아직 유동적인 상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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