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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작년 8월 작성 ‘조선문제’ 논문<요약>: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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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작년 8월 작성 ‘조선문제’ 논문<요약>:Ⅰ

입력
1997.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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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방 유도하면 되레 통일 걸림돌 된다”/식량은 지원하되 경제적 자립은 봉쇄해야/학생소요는 남한에 숨어있는 적들의 조종/북,미 전쟁개입하면 일까지 초토화 계획황장엽씨가 지난해 8월23일 작성한 「조선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은 2백자 원고지로 1백10장정도가 되는 방대한 분량이다. 황씨의 논문을 가급적 원문의 표현을 살려 원래 분량의 3분의 2정도로 요약 했다.<편집자 주>

력사의 우여곡절속에서 고통과 불행을 많이 겪은 민족도 적지 않지만 대국들짬에 끼여 살아온 조선민족도 그런 민족의 하나이다. 그러나 민족적 불행을 객관적 조건에만 밀지 말고 자체의 힘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해나갈 각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면하여서는 갈라진 민족을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족이 통일하는데서 두 측이 협력해야 하지만 우선 남측이 주동이 되여야 할 것이다.

○북 군국·개인독재

북측은 민족주의 간판과 사회주의 간판도 걸지만 민족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며 철저한 개인독재라는 점에서 봉건전제주의의 현대판이라고 볼 수 있다. 군국주의와 개인독재가 북측의 기본적 특징이다.

북측체제는 지금 파탄에 직면해있다.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지고 인민들은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 그러나 북측체제가 쉽게 무너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북측이 오래동안 쇄국정책을 실시하면서 전제주의적 통치기반을 강화하여 왔기 때문이다.

첫째로 북측에는 강력한 무력이 있다. 군대가 량적으로 남측을 2배이상 능가할 뿐만 아니라 전국을 다 요새화하여 놓았다. 북측은 핵무기, 화학무기, 로케트무기를 동원하여 남조선을 불바다로 만들고 초토화할 수 있다. 통치자들이 온 사회를 조직화하고 모든 수단을 장악하고 있는 조건에서 북측통치체제가 자연발생적으로 파산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으며 외부적으로 말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둘째로 북측은 남조선을 내부적으로 와해시키기 위해 첩보공작에 다년간 큰 힘을 기울여왔으며 남조선땅에 깊이 뿌리를 뻗쳤다. 지금 남조선청년학생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요들은 예외없이 다 북측지하조직이 조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의 사상은 맑스주의와 인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참다운 주체사상과는 아무런 공통성이 없다. 그러나 남조선청년학생들은 북측의 변질과정을 잘 모르고 있으며 맑스주의의 오유와 왜곡된 주체사상 선전의 기만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소요 하나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남측 정치인들의 커다란 수치이며 남측 정치체제에 취약성을 보여주는 뚜렷한 실례로 된다.

셋째로 북측은 철저한 쇄국정책과 정보정치를 통하여 내부비밀이 새나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변나라들에서는 북측의 정체를 똑똑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측은 이것을 이용하여 주변대국을 리간시키며 남측을 교란시키기 위한 모략책 등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만일 미국이 남족선에서 군대를 철거하고 조선의 통일문제를 남북내부문제로 내맡긴다면 북측이 무력으로 남측을 제압하고 쉽게 통일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남측정치인들은 미국의 덕택으로 국가를 유지해가고 있다는 비정상적인 사태에 대하여 심각히 생각하지 않고 안일하게도 마치 발전된 민주주의국가 정치인의 행세를 하려고 하고있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통일의 두 가능성

조선통일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적 방법이다. 북측도 평화통일에 대해 말로는 떠들지만 철두철미 전쟁의 방법에 의거하려 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하여 다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지만 우선 전쟁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설마 전쟁을 일으키겠는가 등 전쟁에 대하여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민족앞에 무책임한 범죄적 태도이다. 북측은 전쟁을 하면 꼭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이 간섭하는 경우에는 미국본토는 몰라도 일본까지는 초토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 남측이 미국에 의존하여 북측의 공격을 저지시키고 있는 것은 옳지만 외국의 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면 전쟁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북측이 주장하는 평화통일론은 남측을 평화적 기분에 사로잡히도록 하기위한 기만술책이다. 북은 남측을 적으로 보고 아주 말살하는 방법으로라도 통일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북측이 주장하는 무자비한 계급투쟁론이라는 것을 남측사람들이 인식해야 한다.

조선의 통일을 실현하고 민족의 번영을 담보하기 위하여서는 철저한 민주주의와 강력한 법적 통제에 기초한 인민의 정권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강력한 정권은 공고한 정치적 지반과 경제적 지반 그리고 권력적 지반(사법, 경찰, 군대) 등을 가져야 한다. 오늘 남측에서 무슨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소요를 일으키고 그것을 진압하기 위하여 경찰이 동원되어 싸움을 벌이는 추태가 빈번히 발생되고 있다. 적대세력이 청년학생들을 쟁취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을 쓰고 있는데 그들을 사상적으로 이끌어주고 조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인가.

남조선사회에도 결함이 있지만 북조선과 대비하면 천양지차가 있다. 대학생들이 자기 조직을 가지고 시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남조선은 북조선에 비하여 100배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북조선에서 시위를 하거나 조금이라도 령도자의 권위를 모독하는 언행이 있을 때는 쥐도새도 모르게 총살된다.

세계에서 제일 자가용차가 없고 일제 때보다도 훨씬 못한 기차를 타고 다니는 나라, 상점에 물건이 하나도 없고 식량난 때문에 군수공장들에까지 9∼10개월씩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여 절반 이상이 출근 못하고 누워있는 나라도 북조선밖에 없다.

직업의 자유가 있는가, 거주의 자유가 있는가, 학자들이 학술토론회를 할 자유가 있는가. 집집마다 다 도청장치가 되어있고 모든 직장에는 철저한 감시기관이 2중3중으로 감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여 북조선은 중세기적인 전제주의가 지배하는 나라이며 인테리의 수준에서 보면 온 나라가 하나의 큰 감옥으로 되고있다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8·15를 계기로 학생들이 통일대회를 하겠다고 한다는데, 남조선 학생들이 한 5,000명 평양이나 개성으로 넘어 왔더라면 큰일 났을 것이다. 지금 함흥이나 청진 역전에는 수천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아사상태에서 헤매고 있으며 큰 도시의 려관에서까지 얼마 안되는 외국대표단의 식사를 보장하지 못하여 쩔쩔매고 있는 형편인데 5,000명 남조선 학생들의 숙식을 어떻게 보장한단 말인가.

○정당 포함 4권분립

사회는 각이한 욕망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다. 사회공동의 리익에 맞게 사람들의 욕망을 실현하는 사업과 사람들의 능력을 리용하는 사업을 통일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가의 자질은 사회공동의 리익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식견과 사회공동의 리익에 맞게 사람들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통일적으로 조절통제할 수 있는 지휘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정당들은 대체로 선거운동에 참가하여 선거표를 긁어모으는 일에 몰두하였으며 공산당의 경우에는 정권을 쟁취하고 옹호하는 사업에서 신봉적 역할을 하는 것을 기본사명으로 하였다. 공산당정치의 실패에서 찾은 중요한 교훈은 정당은 어느 한 계급의 립장에 서서는 안되며 어느 한 정권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정권의 도구로 되여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지금 3권분립주의가 인정되고 있지만 여기에 하나 더 첨가하여 4권 분립주의를 수립하여야 한다고 본다. 정당이라고 하던지 정치련맹이라고 하던지 정치중심을 내오고 그것이 정치리념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전술을 연구할 뿐이나라 인민대중의 정치문화 수준을 높이고 정치생활을 옳게 이끌어주는 사업을 책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산당 자체가 최고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공산당 지도자를 신격화하고 공산당의 사상과 리론을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만들었으며 국가와 사회의 모든 기관의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관료주의를 뿌리게 되였다. 특히 공산당이 폭력혁명과 폭력독재를 정치의 본질로 보고 있는 것은 옳바른 정치리념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사회가 유치한 단계에 있을수록 리상보다도 폭력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군사폭력정치가 가장 발전하여 그것이 신성화되고 도덕화된 것은 봉건사회였다. 그러나 봉건사회가 끝나고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오면서부터는 폭력보다도 경제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였으며 폭력은 경제적 특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복무하게 되였다.

학생들 사이에서 분쟁문제가 일어나거나 로사간의 분쟁문제가 일어날때 이것을 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은 것같이 주장하는 계급주의자들의 견해는 옳지 않다. 이런 문제는 협상을 통하여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하며 또 법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물론 자본가들이 부당하게 로동자들의 리익을 침범한 것은 옳지 않으며 그것은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하던가 법적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하며 때로는 폭력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분공된 자기 임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자기 임무를 떳떳이 수행하고 다른 방법으로 싸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주의가 일정한 정도 발전한 나라들에서는 로동쟁의 문제라든가 기타 사회적 문제들을 얼마든지 정치적 방법으로 또는 법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여기서 바로 정당들이 앞장서서 책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에 관한 과학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학이다. 경제분야에서의 잘못된 점을 고치려고 하여도 정치를 먼저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쏘련의 붕괴의 원인을 먼저 경제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정치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3권분립사상이 나온지 오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론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3권분립사상은 독재를 견제하는데는 많은 관심이 돌려져 있지만 정치사상과 정치과학자체를 발전시키고 보급해 사람들의 정치문화수준을 높여 정치적 통일을 강화해나가는 면을 소홀히 하고 있다.

행정부는 국가를 관리하는 사업만 하여야지 정치사상과 리론에 대해 특권행세를 해서는 안된다. 정치사상 정치리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사업은 독립적인 제4권에 속하는 정당들 또는 정치중심만이 할 수 있게 되어야 하며 행정관, 사법관을 국회의원들에게 위임하지 말아야 한다.

○위험한 내부의 적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보다 몇배나 더 그 해독성이 크다. 각이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정당들이 내부의 적은 아니다. 북측의 지하조직의 영향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은 내부의 적이다. 내부의 적을 철저히 색출하여 소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의 소요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내부에 적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 없는것이다. 오늘 다른 나라들에서는 학생소요가 없다. 유독 남조선에서만 학생소요가 자주 일어난다. 남조선은 경제발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인민생활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소요가 일어나는 것은 숨어 있는 적들의 작간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북측은 남조선에 지하조직을 키우기위해 오랜기간 전력을 다하여 온것만큼 남조선에서 북측지하조직의 뿌리를 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특히 군대와 경찰기관들과 국가기관들에 잠입하여 있는 적대분자들을 색출하기위해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먼저 강력한 보안과 안보체제부터 확립해놓고 민주주의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군대를 존중히 여기는 사회적 기풍을 세우고 국방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며 전쟁준비를 잘하여 불패의 태세를 만들어야 한다. 북측이 핵무기, 로케트무기, 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만큼 이에 대처할 자체준비를 해야한다. 특히 유사시 일차타격으로부터 귀중한 인재와 물적재부를 보호하고 튼튼한 방어기지를 꾸리기위해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북측이 공격하기 어려운 남부산악지대와 제주도를 비롯한 섬들에 군사시설과 지하방어시설, 지하공장같은 것을 대대적으로 건설해두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강대하지만 멀고 또 남측과만 리해관계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 미군주둔을 계속 유지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한편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이 옛날처럼 조선을 강점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측은 미국의 간섭을 억제하기위해 인구밀도가 높은 일본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일본과 남측은 국방의 면에서 완전히 공통적인 리해관계를 가진다. 남조선학생들속에서 반일감정을 고취하는 것은 다 북측의 모략책등의 일환이다.

북측은 유아독존의 고립정책, 고자세정책으로 하여 중국과의 관계도 겉으로보기와는 달리 좋지 못하다. 남측을 위해 매우 좋은 일이다. 남측은 북측이 중국과 동맹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책략을 펴는 한편 중국과도 친교를 맺고 북을 부당하게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일본과 중국의 관계도 좋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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