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식씨의 증언을 계기로 한보청문회가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처음 폭로했던 의사 박씨가 청문회장에서 그간의 폭로를 뒷받침하는 사실들을 거침없이 확인함으로써 소위 현철커넥션과 한보외압의 실체에 대한 본격적 접근의 길을 연 것은 그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가 없을 것이다.시기적으로도 박씨 증언에 이어 22일에는 현철커넥션의 키를 쥔 박태중씨의 증언이 있었고, 25일에는 현철씨 자신이 증인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국회특조위는 이런 기회야말로 박경식씨 증언내용을 단서삼아 보다 철저한 준비와 추궁을 통해 한보비리의 몸체를 드디어 벗겨낼 마지막 결전의 순간임을 자각하고 책무를 다해야 마땅할 것이다.
사실 박경식씨의 증언은 앞서의 폭로내용을 공식으로 확인해 준 것이어서 이제 김현철씨는 국헌을 문란케 한 자신의 총체적 국정개입 비리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인사개입 혐의, 안기부 보고채널 가동과 공천권 행사를 통한 국회 인맥심기, 업계와의 유착과 출처 불명의 자금유입 등으로 드러난 이권개입 혐의, 민방선정과 YTN사장 인사 등 언론계 개입, 정부의 대북정책개입, 부산시장 출마 등 자신의 대권야망 표출 등 갖가지 놀랄 만한 내용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주목할 것은 현철씨가 한보회장 정보근씨와의 술자리 합석은 물론 이름만 부를 정도로 가깝게 어울렸음도 박씨 입을 통해 드러난 점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보몸체와 현철커넥션의 접점을 확실히 시사해 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청문회에 처음으로 활기가 일어나는 시점에서 일부 국회특조위원들이 당리·당략에 집착한 나머지 철저한 추궁보다 현철씨 감싸기나 증인공격에 나서다 핀잔을 받기에 이른 것은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회특위 구성과 공개적 청문회 개최가 국민의 이름으로 한보비리의 실체를 밝혀내자는 것일진대, 국회는 여·야를 떠나 오직 한보비리 캐기에 더욱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김현철씨측에서 여권의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방침에 반발, 25일의 증언에도 불응하려 한다는 소문마저 유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총체적 국정개입 비리나 불법, 월권의 일단이 증인의 입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마당인데 그런 억지가 오히려 더 큰 파국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국민들의 시선과 관심의 초점은 모두 국회청문회와 검찰수사에 쏠려있다. 국회특조위는 이같은 국민기대를 오는 25일 드디어 증인으로 등장할 김현철씨에 대한 철저추궁과 의혹 벗겨내기로 부응하길 바란다. 검찰도 청문회쪽만 바라보며 한보 몸체수사를 계속 늦출게 아니라 박씨 등이 확인해 준 갖가지 비리혐의를 거증하고 소추·단죄하는데 더욱 힘을 모아야 하겠다. 한보 진상규명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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