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앞둬 업계 “로비대상” 보직 변경안돼 인사도 “허점”기무사와 안기부에 적발된 이번 군사기밀 유출사건은 국방부의 현역 고급장교가 아예 회사까지 차려놓고 장기간에 걸쳐 저지른 「기업형」이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7월 방산업체에 군사기밀을 누출한 국방부 현역장교 3명이 구속되고 같은해 10월 당시 이양호 국방장관이 무기중개상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와중에서도 버젓이 군사기밀 누출행위가 이루어진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군보안태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당분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속된 김택준 중령은 기무부대 등 정보당국의 감시가 다른 부서보다 심한 군수국 장비과에 근무했는데도 94년부터 「합동전략목표기획서」와 「국방중기계획」 등 군사2급기밀을 수시로 반출한 것으로 밝혀져 군내 보안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그동안 무기중개상들은 예비역 장교나 전역을 앞둔 장교들에게 취업을 미끼로 군사정보를 수집하거나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이 통상적이었으나 현역장교가 무기중개상과 공동출자회사까지 차려놓고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빼낸 것은 처음이어서 그 대담한 수법에 군관계자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와 함께 94년 무기관련 군기밀 유출혐의로 강등전역한 예비역 공군소령 최모씨도 이 회사 이사로 참여한 것으로 밝혀져 방위력개선업무 장교들의 전역후 관련업체 취업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역을 앞둔 방위력개선업무 관련 장교들이 무기중개상의 주요 목표임에도 불구, 김중령의 경우 이미 5∼6년전 대령진급에서 완전 누락돼 9월 전역예정인데도 아직까지 보직변경 등 「예방조치」가 없었던 점도 이번 사건의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금까지 김중령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군기밀은 조기경보기와 차기 유도무기, 포병 정밀자동측정장비, 중앙방공통제시스템(MCRC) 등이나 군수사당국은 실제 이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넘겨졌을 것으로 보고 있어 국방중기계획 등의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제임스 곽씨와 도널드 래클리프씨 등이 김중령을 통해 군사기밀을 넘겨받는 등 미국인들이 연루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됨으로써 한·미간에 상당한 파문이 이미 예상되고 있는데다 이들이 미국으로 도피했을 경우 신병인도를 둘러싸고도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송용회 기자>송용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