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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감식·직무태만… FBI 못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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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감식·직무태만… FBI 못믿겠다

입력
1997.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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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지 4월28일자탈냉전으로 미국의 국민적 관심이 내부문제로 쏠리면서 미연방수사국(FBI)은 과거 국방부와 맞먹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과연 FBI는 기대에 걸맞게 역동적이고 정밀한 수사능력을 가진 조직일까. 법무부가 수년간 FBI의 활동을 조사, 지난주 발표한 500여쪽 분량의 「브롬위치 보고서」는 FBI가 엉터리 수사와 정치성으로 말미암아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오클라호마 연방빌딩 폭탄테러 사건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현장을 조사한 폭발물 전문감식반은 표본조사 원칙을 어긴 채 과학적 근거없이 티모시 맥베이를 범인으로 단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수사에서도 감식반은 현장에서 방증자료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폭탄이 요소질산염으로 만들어졌다고 결론지었다.

비전문가가 중요사건에 참여해 신빙성을 떨어뜨린 경우도 많다. 미식축구 스타 「O J 심슨사건」재판과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FBI요원은 독극물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역과 무관한 혈흔의 입증가치에 대해 증언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소포폭탄으로 미국을 전율시켰던 유너바머 사건에 참여했던 한 폭발물 전문가는 판정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80∼90년대 초 구소련에 정보를 팔아넘긴 중앙정보국(CIA)요원 올드리치 에임스를 조기 체포하지 못한데도 FBI의 직무태만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다. FBI는 워싱턴주재 러시아대사관 촬영을 통상업무로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에임스의 러시아대사관 출입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FBI는 이밖에 뇌물을 받고 엉터리 증언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제소할 경우 FBI는 엄청난 소송비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증거조작, 기강해이 등 수사상 문제뿐 아니라 조직관리·정보화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중요과제로 지목됐다. 특히 FBI는 자체 요인 파일이 백악관에 의해 이용되도록 방조(파일 게이트), 백악관과 정치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공화당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아울러 FBI는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중국측이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제공하려 한다는 정보를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악관으로부터도 공격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FBI가 요청한 「도청법안」 등의 입법화를 방해, 결과적으로 FBI의 활동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정리=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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