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조기총선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가장 어깨가 무거워진 사람은 알랭 쥐페 총리와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당수이다. 차세대 대권의 야심을 키워가고 있는 두사람의 정치생명이 총선결과에 따라 양극으로 엇갈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번 총선은 크게봐서 집권 우익연합(RPR―UDF)과 제1야당인 사회당(PS)간의 맞대결이다. 현재 의석의 80%를 점하고 있는 우익연합이 다수당으로 남느냐 아니면 11%에 불과한 사회당이 제1당으로 부상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 사회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할 경우 과반수에 미달하더라도 군소야당들과 연합, 여소야대가 이뤄져 우파 대통령에 좌파 총리의 동거정부가 탄생한다.
이렇게 되면 조스팽 당수는 굳이 총리에 오르지 않더라도 정권의 막후 2인자로서 실권을 갖게되며 2002년 대권고지를 향해 성큼 다가서는 탄탄한 입지에 서게 된다. 95년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2차 투표에서 석패한 조스팽 당수는 지난 1년여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나 쥐페 총리보다 훨씬 높은 인기도를 보여왔다. 학자출신으로 다소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가 흠으로 지적됐던 조스팽 당수는 지난해말 당내 일부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선후보의 30%를 여성으로 공천키로 하는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쥐페 총리에게도 조기총선은 30년 정치생활에서 최대의 도전이자 기회이다. 집권 공화국연합(RPR) 당수직을 시라크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그는 조기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시라크의 명실상부한 후계자 지위를 다지게 되나, 패배하면 그렇지 않아도 다소 경박한 처신으로 인해 여권내에서도 지지세력이 빈약한 편이어서 정권의 중심축에서 밀려나게 될 공산이 크다. 쥐페 총리는 이번에 시라크 대통령에게 조기총선을 강력히 건의,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야심적인 승부수를 던졌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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