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효과로 시각경험 확장… 25일부터 갤러리 현대시각 경험의 확장. 미술의 오랜 화두였다. 엄청나게 큰 세자르의 엄지손가락, 달리의 흐느적 거리는 시계 등은 인간 시각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면에서 미술적 가치가 있다.
몇 개의 선을 내세워 그림이 움직이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고, 때로는 시각적 반복을 통해 착시효과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옵티컬 아트」(Optical Art)의 거장 헤수스 라파엘 소토(74)의 작품전이 25일부터 5월10일까지 서울 갤러리 현대(02―734―6111)에서 마련된다.
소토의 작품은 매우 단순하다. 반복되는 가느다란 선과 노랑, 검정 등 명징한 사각형의 입체로 이뤄진 그의 작품은 시선의 방향에 따라, 또는 빛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의 입체감이 느껴진다. 소토는 또 패널이나 철사줄 등 간단한 입체물을 이용해 입체상태에서 운동감을 만들어내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 및 설치작품도 많이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88년 이후 제작된 대표작 「관계」 연작, 「색띠들」, 「진녹색과 친숙한 관계」 등 20점이 전시된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소토는 50년 유학차 간 파리에 정착한 뒤, 줄곳 그 곳에서 옵 아트 영역을 개척해왔다. 51년 네덜란드 여행에서 몬드리안에 심취했고, 학비를 벌기위해 카바레에서 기타주자로 생활하기도 한 그의 경력이 보여주듯 그의 작품에서는 색면 추상과 음악적 운동감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옵아트 미술의 산실 파리 「드네즈 르네 화랑」 전시를 계기로 파리화단에 입성한 그는 이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미술관에 키네틱 스트럭처를 설치했고, 6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됐다.
87년 파리 퐁피두센터 1층 로비에 「매달린 입체」라는 대형조형물을 설치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소토는 88년에는 서울올림픽공원에 설치작품 「서울의 구체」를 제작, 우리에게도 낯설지만은 않다.
지난해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초대작가, 올 초 파리의 주드 폼에서의 대회고전 등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88년 한국에서의 첫 전시에 이은 두 번째 전시를 위해 22일 방한, 한국의 미술애호가들과 만난다.
◎옵 아트?/빛·색·운동감 분석 ‘시각적 미술’
옵티컬 아트는 「시각적 미술」이라는 뜻으로 「옵 아트」로도 불린다. 60년을 전후로 미국화단에서 불붙기 시작한 옵 아트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팝 아트」와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시사적이고 정서적 자극을 주는 팝 아트가 인문학적 미술이라면 옵 아트는 미술품의 관념적 해석이나 수용을 거부하고 빛과 색, 움직임 등을 면밀히 분석, 지적이고 과학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 장르는 회화적 옵아트와 동적 옵아트로 나뉘는데 전자는 선과 색, 빛의 조응을 통해 깊이감, 입체감 등을 강조한다.
반면 후자는 주로 입체물을 통해 시각적 운동감을 얻어내는데 이를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미술)라고도 한다.
옵 아트의 기원은 몬드리안의 색면추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빅토르 바자렐리, 모홀리나기, 말레비치 등이 대표적 작가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