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산책 여독풀고 TV시청/각계 반응북 실상 밝혀 통일 도움됐으면·정치권 국면전환용 악용없길/한총련,운동권 위축 우려 촉각황장엽 비서는 20일 망명요청 67일만에야 서울에서 첫 밤을 보내며 모처럼의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서울공항에서 도착행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안기부 청사내에 마련된 숙소에 도착한 황비서는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비로소 안도했다.
황비서는 함께 생활할 숙소 식구들과 인사하며 망명과정 등을 화제삼아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황비서는 이어 목욕을 한 뒤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 관계기관은 황비서에 대한 건강진단이 긴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 다음날로 미뤘다. 관계기관은 황비서가 고령이고 귀순인사중 최고위급이라는 점을 감안, 국가원수 주치의급의 특별의료진을 편성했다.
황비서는 그의 식성에 따라 제공된 저녁을 평소대로 소식했다. 또 자신의 서울도착 사실을 보도하는 TV뉴스를 시청하며 대부분의 저녁시간을 보냈으며 마음이 설렌 탓인지 선뜻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황비서가 서울에 안착하는 모습을 지켜 본 국민들은 그의 무사입국을 환영하며 그의 망명이 통일정책을 튼실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특히 정치권에 대해 이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경실련 통일협회 이철규(32) 사무국장은 『그의 망명이 남북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거나 한보사태 등 정치적 현안을 호도하는 정국 돌파용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을 가급적 조용하고 차분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순자단체인 숭의동지회 오손석(51·66년 귀순) 회장은 『황비서는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주민들을 구하고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 북한의 실상을 숨김없이 털어놓아야 한다』며 그의 망명이 북한동포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장선미(31·관악구 신림동)씨는 『일부 학생운동권이 갖고있는 북에 대한 환상을 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통일에 대한 그의 고뇌를 함께 생각하자』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황비서의 망명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거나 국내 정치에 이용돼선 안된다』며 정부의 침착하고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한총련내 주사파인 민족해방(NL)계열 학생들은 그의 망명으로 학생운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NL계열인 서울대 「애국청년선봉대」는 이날 대자보를 통해 『황장엽리스트는 내용에 따라 가공할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며 『만일 황비서가 「북한이 남한 학생운동권을 추종세력으로 보고 있다」거나 「재야세력에 고정간첩이 활동중」이라고 언급할 경우 학생운동권은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이동국·최윤필 기자>이동국·최윤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