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황 서울 도착 하루전 접촉제의 수락/단절 4년8개월만에 식량지원 겨냥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가 서울에 오기 하루전인 19일 북한이 대한적십자사(총재 강영훈)의 접촉제의를 수락한 것은 황비서의 망명으로 남북관계가 풀려가고 있는 국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적과 우리 정부가 북한 적십사회(위원장 대리 이성호)의 중국 베이징(북경) 접촉 수정제의를 수락키로 함에 따라, 지난 92년 8월 남북이산가족 노부모 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이후 4년8개월간 단절됐던 적십자 접촉이 재개될 공산이 커졌다.
물론 남북관계에는 항상 예측불허의 돌발사태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북한의 식량난이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고 북한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우리 제의에 호응했다는 점에서 접촉 개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접촉의 목적에 대해 한적과 정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대북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선 양측이 서로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떤 원칙과 협상카드를 정해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처음에 강영훈 총재가 접촉을 제의한 목적도 (대북지원) 식량과 물품의 신속하고 원활한 전달이었다. 이성호 북한적십자회 위원장 대리도 수락회신에서 『귀측에서 민간급의 식량과 물품을 우리(북)측에 원활히 전달하기 위해 쌍방 적십자인들의 접촉을 갖자고 한 것…』이라며 이점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내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을 먼저 요구하며 한적의 회담·접촉 제의를 무시해왔다. 북한이 한적의 제의에 응하기로 태도를 변화한 것은 다급한 식량난 탓이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세와 남한내 대북 지원 여론이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 견해다.
베이징은 지난 95년 쌀 15만톤의 대북 지원을 결정했던 쌀 회담의 현장으로 상징성이 강한 곳이다. 그래서 북한은 이번 적십자 접촉의 성격을 쌀 회담의 변형, 즉 식량지원 확대로 간주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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