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오니즘 근간 조작논쟁 불붙어/상당수 유대인들 “국가붕괴 유발” 비난「결사항전의 영웅들이냐 아니면 집단자살을 기도한 광신도들이냐」 요즘 이스라엘에서는 「마사다 신화」의 조작 논쟁이 거세게 일면서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마사다는 헤롯왕이 만든 사해 인근에 위치한 산상 요새다. 마사다가 유명해진 것은 AD 66년. 1,000여명의 유대인들이 로마제국 군대와 2년여의 전투를 벌인끝에 요새 함락이 임박하자 굴욕적으로 항복하느니 차라리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겠다며 집단 자살한 것이다. 마사다 유대인들의 불굴의 정신은 이스라엘을 건국하려는 초기 시온주의자에 의해 건국이념으로 수용됐다.
이스라엘 기갑사단의 훈련병들은 입대시 마사다에 올라 『마사다는 영원히 함락되지 않는다』라는 신병선서를 한다.
또한 모든 초등학교 학생은 이곳을 의무적으로 견학해야 한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핵무기 작전명도 「마사다」. 아랍국가들에게 항복하기보다는 핵무기를 사용, 적들도 죽이고 스스로 장렬한 죽음을 택하겠다는 뜻에서다.
마사다는 이처럼 지난 50여년동안 이스라엘 국민에게 자긍심의 원천이자 시오니즘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학자 및 관리들이 마사다 신화에 대한 재조명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텔아비브에서 「마사다 개발을 위한 특별회의」를 열고 마사다 신화 조작 문제를 본격 거론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신화가 진실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사다 신화의 재조명 운동은 헤브루대학의 사회학과 나흐만 벤 예후다 교수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유대교 정신은 생명의 경외와 사랑이지 결코 자살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대다수 유대인들이 극단적인 열혈당원들에 의해 죽음을 택한 것이 마사다의 실상이다』라고 단언한다. 데디 주커의원 역시 『신화의 본질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광신도들의 잘못된 자살이며 이같은 사실은 그동안 극우 시온주의자들에 의해 은폐, 조작돼 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신화재조명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들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95년 마사다 방문자는 74만명에 달했으나 이중 62만5,000명이 외국인 이었고 나머지는 의무적으로 이곳을 견학해야하는 초등학생이었다. 2주전 두곳의 초등학교 교장이 마사다 의무방문 제도를 폐지해 버렸다.
물론 마사다 신화 조작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상당수 유대인들은 최근 제기된 조작설에 대해 국가의 붕괴를 촉진하는 반국가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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