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종식이후 새로워진 유럽 안보환경을 떠맡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독일을 방문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나토가 내달 27일 파리에서 상호 관계정립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협정은 미국을 주축으로 한 나토의 동진으로 고조될 러시아측의 「안보 불안감」을 달랠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 러시아의 위성국가들을 망라해 출범하는 신 나토체제의 출현을 경계하는 크렘린당국의 우려를 해소해 주기 위한 대안이었다.
옐친 대통령은 6주일내에 협정안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콜 총리는 『아직 중요한 이견이 남아 있지만 협정안의 90%가 완성된 상태』라면서 나토가 구 동유럽진영 국가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7월 마드리드 정상회담에 앞서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옐친 대통령은 나토가 새 회원국이 될 중·동유럽 국가들에 군대를 주둔시키거나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확약을 협정안에 포함시키라는 종전의 요구를 되풀이 했다. 반면 콜총리는 러시아 인근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나 이유가 없지만, 재래식 무기배치 문제는 영구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나토의 기존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 이 문제는 진척을 서두르는 유럽재래식무기협정(CFE)의 개정작업과도 맞물려 있다. 과거 양진영을 대변하던 나토와 구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두 기구간에 체결됐던 이 협정은 동유럽 붕괴후 사실상 사문화, 유럽내 군비확산의 고삐가 풀려있는 상태이다. 때문에 「전쟁 공포없는 유럽 건설」을 위해 국가별로 무기종류와 수를 제한하는 개정 협정이 시급한 형편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나토간의 알력으로 작업은 한치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표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 의미를 폄하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특히 미국은 『협정 자체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정체결 장소와 시기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평가 절하했다. 심지어 러시아의 협상 태도와 관련, 한반도 4자회담 개최와 식량지원 문제를 연계시키는 북한에 빗대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옐친은 이번 독일 방문중 송유관 건설에 소용될 25억달러의 차관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 재건을 위해 서방측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가 결국 나토 확장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하나의 역설적 반증이기도 하다.<윤석민 기자>윤석민>
◎나토가입 위해 뛰는 나라들/폴란드·체코·헝가리 유력… 발트 3국도 희망
중·동유럽으로 확장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새 식구」로 가장 근접해 있는 국가는 폴란드·체코·헝가리 3개국이다. 나토는 7월8, 9일 이틀간 마드리드에서 개최될 정상회담에서 구 바르샤바조약기구(WTO)동맹국인 이들을 회원국으로 공식지명할 예정이다. 이들 당사국도 나토 가입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워진 유럽 안보 환경에 부응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달 나토가입에 대한 반발을 우려, 군참모장을 해임하는 한편 자체 군 개혁을 단행했다. 헝가리는 16일 3개 후보국중 처음으로 가입신청서를 공식제출, 나토 회원국 전원의 환영을 받았다.
이밖에 핀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등도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는 「예비 회원국」들이다.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과 우크라이나도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난해부터 나토군과 흑해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탈러시아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이 나토 가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구소련 몰락으로 발생한 중·동구권내 힘의 공백을 메워줄 「안보 우산」의 필요성과 함께 이전 맹주 노릇을 하던 러시아의 입김을 최대한 막자는 의도다. 경제부흥에 필요한 서방측의 「막대한 재력」도 이들을 끄는 요인이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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