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려면 사표낸 뒤에” 위압적 내용/전화내용 기록인듯… 외압자 3갈래 추정/청와대·정치권 실세·검찰내부 등 가능성한보수사에 대한 외압의혹을 강력히 시사하는 내용의 「메모」가 대검중수부에서 발견돼 또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메모의 내용은 한보특혜 대출의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는 전직 청와대 경제수석들과 은행장들에 대한 사법처리 불가방침을 검찰에 강압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메모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검찰수사 책임자를 전격 경질하면서까지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내세웠던 한보재수사의 골간 자체가 뿌리채 뒤흔들리는 엄청난 상황이 초래될 것은 자명하다.
이 메모가 실제로 검찰내부에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의문의 핵심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과연 메모작성 당사자는 누구이며 외압의 실체는 어디인가하는 것이다.
간명한 단문형식으로 쓰여진 메모의 내용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청와대 총무수석이 구속된 마당에 또다시 경제수석이 구속되는 것은 정권차원의 부담이라는 것. 또 은행장들을 사법처리하면 금융권이 마비되니 다른 건으로 국면전환을 꾀하는 한이 있더라도 (은행장들을) 배임죄로 처벌해선 안된다고 적혀있다. 심지어 「불구속입건」도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우리의 향후대책」이라는 항목에는 『뜻대로 하려면 총장 등 검찰수뇌부가 사표를 낸 다음에 하라』는 노골적인 「협박」이 담겨있고 「①총장님―나도 사표 마음대로 못낸다 ②중수부장―사표내면 혼자 스타(STAR)되겠다는 것이냐』고 적혀있다. 「검찰총장과 문수석 사표」라는 언급도 있다.
외압의 주체와 관련해 추론이 가능한 대목은 『검찰이 다른 건으로 국면전환…』, 『일선 검찰의 반발도 안다』고 적힌 부분. 검찰과 「핫라인」으로 연결된 청와대 관계자일 가능성을 높게 하는 발언인 것. 물론 국정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실세급」 정치인일 수도 있지만 배임 등 법률용어를 적절히 구사, 구체적인 사법처리 방향을 지시한 점과 최근의 정국상황으로 미루어 가능성이 떨어진다.
메모는 검찰 수사실무자가 외압 당사자와 통화한 내용을 직접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수사와 관련, 검찰내부 회의내용이 기록된 것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키는 어렵다. 「누구보다도 검찰을 아끼는 사람인데 나를 믿어달라」, 「나도 사표 맘대로 못낸다」는 내용은 화자가 총장을 포함한 검찰수뇌부라고 의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더구나 최근 검찰수뇌부와 수사팀간에 경제수석과 은행장에 대한 사법처리문제를 두고 의견차가 있었던 사실이 곳곳에서 감지된 점 등을 감안하면 사법처리에 신중한 검찰수뇌부가 「정면돌파」를 주장하는 수사팀을 설득하는 내용으로 이해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기수 검찰총장이나 청와대측은 외압 가능성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발언당사자가 누구이든 메모의 전체 내용은 명확히 외압의 실체가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나 이 메모 발견자체가 완전히 해명되지 않는한 검찰은 줄곧 강조해온 투명한 수사의지가 퇴색돼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되고 이에 따라 청문회 정국도 크게 소용돌이 칠 전망이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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